[제주포럼]북한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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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6·25로 집과 동네가 불타버리고 또 길가에서 주검을 본 이래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내 학문과 삶을 지배해 왔다. 남북분단이 일제가 남긴 식민지 잔재요,6·25가 남북분단으로 인한 것임을 깨달은 이래 민족의 자주독립통일을 위한 기도를 그친 적이 없다. ‘우리 열조는 범죄하고 없어졌고 우리는 그 죄악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예언서 앞에 동의하면서 겸손히 무릎 꿇고 우리 열조의 범죄와 우리 시대의 죄악을 용서해 달라고 쉬지 않고 기도했다. 철이 들고 난 뒤 민족통일과 북한동포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고 있다. 2001년 북한을 처음 방문하고 그들의 삶을 직접 살펴 본 이후 그 기도는 더 구체화되었다. 북한을 위한 기도는 북한의 동포들이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 달라는 대목에서 시작된다.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느낀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서 북한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북한의 제반 문제는 당이나 몇 사람의 지도자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민 전체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 동포의 자유와 인권,창의성의 문제를 두고 북한 내부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것을 내재적 접근법이라고 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북한의 관점에서 그들의 자유와 인권,창의성을 논한다면 문제시할 것이 별로 없고 외부에서 시비할 근거도 잃게 된다. 그러나 자유와 인권,창의성의 문제는 한 지역의 특수성으로 규정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관에 입각한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민주적인 가치관에 입각하여 자기 백성에게 책임을 지는 존재가 되도록 기도한다. 여기서 북한의 권력 승계의 민주성 여부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백성이 굶어죽을 정도로 경제파탄에 이르렀다면,식량을 구걸하기 위해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고 많은 난민들이 이웃나라에서 떠돌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그것은 국가 경영의 책임을 맡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선거로 정권을 교체하는 민주사회 같으면 정권이나 내각이 몇 번이나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부가 인민의 굶주림에 책임을 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에 북핵 문제가 심각하게 되면서,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의 평화를 실현하는 책임 있는 당사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물론 북핵 문제에 얽혀 있는 여러 나라와의 이해관계의 평화적인 조정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혁 개방을 서두르는 것이 일의 순서일 것이다. 1970년대 말 중국이 개혁 개방을 서두를 때,등소평은 젊은 엘리트 10만명을 해외에 보내어 배우도록 했단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 있을 것임을 예상하고서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와 오늘날 중국의 요소요소에 앉아 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의 결과 안보리 결의안이 경제제재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북한 동포들이 더 이상 굶주림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기도한다.

그동안 외부의 지원은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식량 위기를 넘기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북핵 위기가 북한 동포들의 식량 위기를 더 증가시키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그동안 기도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도 감당하려고 노력했다.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고,북한의 식자들과는 때로는 얼굴 붉힐 정도의 토론도 벌였으며,북한 동포 지원을 옆에서 돕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을 위한 기도가 우리의 생애에 성취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기도가 계속되면서 기도의 동지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끈기 있고 간절한 기도는 하나님과 역사를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도는 현재 보지는 못하고 바라기만 하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촉진시키는 첩경이라고 믿는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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