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공고물, 항생제 그리고 교육
[제주포럼] 공고물, 항생제 그리고 교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도심지에 있는 광고물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선진국일수록 절제미와 단순미를 갖춘 광고물이 많다.

미국의 맥도날드를 상징하는 빨간색 간판에 황금아치는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파리 샹젤리제거리 에서는 볼 수 없다. 파리시가 도심지 미관과 어울리지 않다고 보고 해당 색깔을 바꾸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결국 빨간색과 노란색을 모두 하얀색으로 바꿨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광고물은 어떤가.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 등 각종 원색으로 도배된 상태다.

특정 도시에 상관없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좋게 표현해서 화려함이지 나쁘게 말하면 천박할 정도다.

이처럼 도심지의 광고물이 원색의 물결에 빠져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쟁과 내성 때문이다.

옆집에 있는 광고물보다는 더욱 화려해야 고객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이 광고물을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광고물을 바라보는 시민들도 점점 화려해지는 광고물에 익숙해지고 있는 상태. 도심지 술집을 가게 되면 길거리에서 가장 휘황찬란한 광고물을 내건 술집으로 발길이 돌려지는 것이다.

광고물처럼 우리의 내성을 점점 키우는 게 또 있다.

바로 항생제이다.

전 세계에서 항생제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항생제를 먹을수록 내성이 강해지는 만큼 이에 맞서는 박테리아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약으로 직접 항생제를 먹고 있을뿐더러 항생제가 함유된 각종 음식물을 먹으면서 간접적으로도 먹고 있다.

최근 달걀은 물론,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각종 양식어류에서 항생제가 검출돼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동물의 항생제 사용량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 비해 최고 24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생아가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약 효력이 없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보고 된 바 있다.

이는 항생제가 함유된 음식물이 산모에게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의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항생제를 남용하다보니 슈퍼박테리아가 출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광고물과 항생제 남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초등교육도 조기교육과 과잉 경쟁이라는 항생제에 점점 내성이 생기고 있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30여 년 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덟 살인 초등교 1학년 때 한글을 배웠다

지금은 어떤가.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다섯 살이면 한글을 깨우치는 어린이도 많다. 이러한 열풍이 앞으로 네 살, 세 살 난 어린이에까지 미칠까? 혹은 두 살 난 어린이에까지는 무리일까?

다섯 살 때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까지 배운다.

이러한 어린이중 일부는 초등학교에 가면 영어학원, 웅변학원, 태권도학원, 피아노학원 등 여러 학원을 전전한다. 학생의 남다른 자질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학원에 보내는 것은 좋다. 그러나 단지 경쟁 열풍에 휩쓸려 학원에 보내는 것은 사실상 아동 학대다.

서유럽 일부 국가들은 유치원생에게 문자와 숫자를 가르치면 부모도 형사처벌한다.

감성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시기인 이들에게 언제 사회성과 협동심을 가르칠 것인가.

고홍주 미국 예일대 법과대학원장의 모친인 전혜성 박사가 한 말이 기억난다.

“재능이 덕성을 초과하면 파괴자가 되기 쉽다.”

유대인 600만명을 죽인 히틀러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