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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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고 푸르며, 산은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 가고, 이들 속에서 억새꽃은 여유롭게 하늘거린다. 참 아름다운 제주의 가을이다.

그러나 대입이나 고입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 취업 준비에 전념하고 있는 예비 직장인들에겐 이런 계절의 변화조차 느낄 사이가 없는 것 같다.

서정주의 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에서 소쩍새도 울고 뭇 서리도 내리듯이 우리의 젊은이들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가? 나름대로 피우고자 하는 국화꽃이 있을 것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을 세워서 실행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목표를 달성하고, 모두가 함박웃음을 웃을 수 있길 바라는 맘이지만 고지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정해져 있는 현 상황에선 낙심할 사람의 수도 만만치 않을 것임에 걱정부터 앞선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지만 이는 주변 사람들이 쉽게 하는 이야기이지, 실제로 핵심에 속해 있는 이들은 애간장이 다 타고 있을 만큼 긴박하다.

런던 타임지가 독자로부터 가장 행복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모집하여 게재하였는데, 1위가 모래성을 막 완성한 어린아이이며, 2위가 아기의 목욕을 다 시키고 난 어머니, 3위가 세밀한 공예품장을 다 짜고 휘파람을 부는 목공, 4위가 어려운 수술을 성공하고 막 한 생명을 구한 의사의 순서였다.

어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행복이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데 있음을 말해준다.

행복이란 돈이나 지위보다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신문에서 이런 내용을 공모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 것이지도 궁금하다.

지금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런 행복 보다는, 시험이라는 것에 최종 목적을 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어떤 국화꽃을 피울 것일까 하는 고민, 즉,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데에는 그리 고민할 여유조차 없다.

이들의 국화꽃은 우선 합격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야 하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국가나 기업에서 대입이나 취업 시 다양한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결국은 평가 점수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고 보면 평가결과에 의해 인생의 목표가 좌우되어야 하는 이들의 입장은 안타깝기 조차 하다.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책과 열심히 씨름할 수 있는 경험이 몇 번이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선 젊은이들의 입시 및 취업준비는 필요한 경험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목표를 달성하면 그게 바로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 때부터 정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륜을 쌓음과 동시에 더욱 책을 가까이 해야 하며, 우리의 국화꽃은 이 때부터 다시 피워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도 이른 아침에 학교나 도서관으로 향하는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찬사와 존경을 보낸다. 이들의 맘속에 국화꽃에 대한 그림이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국화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가지 국화꽃이 아니라 다양한 국화꽃이 필 수 있고, 이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어떤 위치에 있든 자신이 좋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자리라면, 그게 그가 피운 국화꽃이 아니겠는가? <강대옥 산업정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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