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FTA, 밑지는 거래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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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거래 한번 잘못으로 망하는 사람이 있고, 거래 한번 잘해서 평생 편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이익을 많이 남기는 장사꾼일수록 치밀한 계획으로 거래에 임한다. 눈치와 염치를 보면서 질질 끌려가는 거래일수록 손해가 많다. 한·미 FTA가 그런 형국이다.

손해 보는 거래는 안하면 된다. 미국과 FTA를 추진하다가 그만 둔 나라들이 많다.

올해 1월에는 스위스가 농업분야 전면 개방 요구에 반발해 미국과 FTA 협상을 중단했다. 3월에는 아랍에미리트가 중단했다. 4월에는 카타르가 중단했다. 5월에는 에콰도르가 협상을 중단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도 이들 나라는 망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

한·미 FTA에서 미국은 얻어갈 것이 많다. 쇠고기, 쌀, 콩, 과일 같은 농산물을 많이 팔든, 영화를 많이 팔든, 로열티를 많이 가져가든, 약을 팔든 얻어갈 것이 많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자동차를 많이 팔 것 같지만 이미 자동차는 미국에서 현지생산을 하고 있다.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이미 미국-멕시코 국경의 마킬라도라에서 생산하고 있으니 한·미 FTA가 체결된다고 더 득볼 것도 없다. 섬유 원산지 규정이 바뀔 가능성이 없으니 옷을 많이 수출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경기를 하면 해보나마나 아마추어가 진다. 미국 협상단은 오래 기간 동안 협상만을 전문으로 일을 해온 경험이 많은 전문가이다.

우리나라 협상단은 FTA를 추진해본 경험이 적은 아마추어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한자리에 오래 있는 법이 없다. ‘공무원 순환보직제’때문에 한 가지 일을 오래할 수가 없다. 그러니 절대로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하고 열심히 노력해도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이다.

한·미 FTA는 미국말로 협상을 한다. 안 그래도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미국사람과 미국말로 협상을 하니 득 되는 협상을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측 협상단은 ‘샅바 싸움’이니 ‘힘겨루기’ 하면서 마치 정상적으로 동등한 힘으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줄 착각한다.

미국 협상단은 모든 협상내용이 미국의회를 통과해야 효력을 발생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미국산업을 위해 필요한 얘기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한·미 FTA와 관련하여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다. 득과 손해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득이 있고 협상을 타결해야 되는 것으로만 얘기를 한다. FTA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어차피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나쁜 효과도 몇 년이 지나서야 나타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협상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이미 승진을 하거나 다른 부서로 옮겨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어진다.

모든 협상은 신중해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협상이라면 더 신중해야 한다. 한 가지를 양보하면 상대편도 양보할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감귤의 주산지인 제주에서 협상이 진행되면서 감귤의 ‘감’자도 나오지 않았다. 애당초 감귤이 민감품목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내말 안 들으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혼나’ 하면서 진행되는 협상은 끝이 뻔하다.

밑지는 거래는 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야 지금까지 모아 둔 재산이라도 지킬 수 있다. <현해남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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