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시험의 계절에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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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날마다 차가워지는 늦가을 아침, 저녁 공기는 마음마저도 많이 움츠러들었을 어린 수험생들의 손가락, 발가락을 더욱 곱게 만든다. 혹시 수능시험 당일 얼음이라도 얼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가. 제주교대를 포함한 전국의 7개 교육대학 졸업예정자들이 76∼91%에 달하는 압도적 찬성으로 임용고시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려되는 일은 하필이면 임용고시 날짜가 수능시험 이틀 후인 19일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교육대학 발(發) 시험거부 상황은 대입 수능시험의 안정적 진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든, 공교육의 장기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든,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행여 사람에 따라서는 이번 교육대학 졸업생들의 시험 거부 결정을 두고 예비 교사들의 집단이기주의로 폄훼하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래왔지만 근년 들어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평생고용의 개념이 무너지면서 예비신부로서 교사의 ‘몸값’이 다른 어떤 직종보다 월등히 상향조정된 결과 상대적 박탈감 탓인지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된 게 사실이다.

설령 합격자 모두가 여학생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이렇게 존경받고 대우받는 직종의 시험 경쟁률이 ‘2:1밖에 안 된다’는 사실로 인하여, 임시직에라도 생계를 기탁한 채 무한경쟁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마다에 혹시나 오래도록 상처를 남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뿐이다.

그런데 문제가 교육대 예비졸업생에게서 비롯된 것일까. 혹시 그들도 일차적으로는 피해자는 아닐까. 곰곰 생각해보면 문제는 2:1의 경쟁률에 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임용고시 방안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근시안적 태도에 있는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8살 된 취학 아동들이 대거 나타나거나 줄어든 것도 아닐진대, 5년마다 이루어지는 전국인구조사 결과에 나타난 취학 연령 아동수를 토대로 교사 수급 상황을 미리 예측하여 마스터플랜을 내고, 교육현장의 각계 대표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반영하였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 초래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신성한 교육에다 시장이란 말을 가져다 붙이는 게 스스로도 민방하기 짝이 없지만 빈틈없이 관철되는 시장의 논리 앞에 교육의 현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다른 어떤 산업분야와 달리 교육시장의 관리, 육성, 보호에 주인과 손님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교육당국, 교육자, 수용자가 사실은 공동체 사회의 터전과 공동체의 이상을 만들어가고 동시에 수용하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임에랴, 유독 임용고시만 무풍지대로 남아야 한다고 누가 감히 천년만년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겠는가. 이번 문제가 합리적 의사소통 과정의 부재에서 초래된 만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을 터이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저출산에 따른 학생수 감소’라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현실 상황에만 호소하지 말고, 과밀 학급 해소와 교육 환경의 개선을 충실히 반영한 중장기적 교사 수급 계획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해야 옳다.

임용고시 응시예정자들 또한 임용시험이 해마다 시행되는 배경을 충분히 감안하여 장기적 수급 계획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여, 후배들이 치러야 하는 수능시험의 안정적 진행을 위해서 하루빨리 난관을 넘어줘야 한다. 상황이 다급할수록 물리적 작용력을 얻기 위해 온갖 언행을 행사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줄 아는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이 명확하게 가려지는 경우도 드물다는 점을 늘 명심할 일이다.<신의경 제주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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