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내려놓아라
[제주시론] 내려놓아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래서 40세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좋은 것을 얻으려고 집착하는 사람의 얼굴은 대체로 깊게 주름이 잡혀있고 어두우며, 항상 긍정적이고, 원하는 것이라도 때로는 쉽게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의 얼굴은 대체로 밝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 그래서 나는 간혹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보려고도 한다.

매사가 지겹고 불만족스럽다. 그것은 세상에 편안한 곳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이요. 만족할 재산이나 지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만족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관이 되었다는 말도, 못 먹고 헐벗은 불쌍한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의사가 되었다는 말도, 학문을 열심히 연마하여 젊음이들을 잘 가르침으로써 나라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 선생이 되었다는 말도 모두 거짓이다. 오직 사회적 신분상승을 노리거나, 부와 명예를 일시에 획득하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냉혹한 경쟁논리만이 횡행하는 삭막한 사회에서 허겁지겁 살아온 것일 뿐이다.

우리가 그래 왔고, 또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듯이, 우리의 아이들도 그들이 내몰린 현실은,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사회가 아니고, 오로지 싸워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는 전쟁터와 같은 처참한 사회일 뿐이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경쟁이 있어야 하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선 갖가지 방법으로 성과를 측정하여 도태시킬 사람은 도태시켜야 한다고 하니,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반드시 상대를 꺾어야 한다.

정당한 방법을 통한 경쟁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내가 꺾여 무너지면 나에게 남는 것은 비난과 능멸뿐이다. 나의 정보는 감추고 남의 정보를 도적질하고, 남을 교묘하게 속여서 나의 배를 채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아직도 저녁이면 내일 일을 걱정하기도 하고, 아침이면 또 한번 바쁘게 살아야할 오늘 하루가 싫기도 하지만, 이제는 간혹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정신없이 살아왔는지를 반성해보며, 그렇게도 소중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결코 나의 것이 아니거나, 때가 되었다면, 하나씩 내려놓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온갖 권모술수와 경쟁을 통하여 선거에 승리하였으니, ‘코드가 맞다’는 이유로 자리를 챙겨주고, 혹 여론에 밀리더라도 억지로 귀 막고, 이리저리 돌려막기까지 하면서 끝까지 챙겨준다면, 개인적으로 보면 참으로 의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런 의리는 조폭들이나 하는 일이지, 결코 책임있는 사회지도자가 할 일은 아니다.

권력은 때가 되면 놓아야한다.

끝날 날이 멀지 않았는데, 자신을 자유롭게 하지도 못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허무한 것에 미련을 두고, 더욱 집착하여,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가면서 연장하려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이 더욱 추하게 보일 뿐 아니라,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하고자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하며, 집착하여 놓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사람은 반드시 잃는다.”고 하니, 그 때는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제라도 돌이켜보고 마음을 정리하여,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이 평온해 지는 길이며, 그를 바라보는 모든 이의 분노를 그나마 적게 하는 방법이다.

인재를 기용하는 것도 제도나 자리를 만드는 것도, 결코 명분뒤에 흑심을 감추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당당하게 처리하여야, 끝나서도 모두의 축복을 받을 수 있으며, 마음 편하게 자리에서 물러설 수 있는 것이다.<안재철 제주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