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자식에겐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더더욱 필요하다
못난 자식에겐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더더욱 필요하다
  • 제주신보
  • 승인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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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강사>

오래 전, 어떤 모임에서다. 비슷비슷한 자녀들이 있는 모임이라 화제가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런데 비교적 아이를 일찍 낳은 한 분이 있었다. 그 분에겐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들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다 중퇴를 해서 걱정을 하고 있는 반면 한 아들은 특목고에 좋은 성적으로 진학해 누가 봐도 전도가 양양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두 아들의 아버지가 “나는 큰아들은 그렇게 되어도 작은 아들이 있으니까 됐어. 두 아이 중 하나면 건지면 되는 거 아냐?”하고 말씀하시는 거였다. 순간 좌중은 아무 말이 없어졌다.

 

두 아들 중 한 아이가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성공하면 아버지로서는 큰 위로가 될 수는 있다. 그리고 잘 안 풀리는 큰아들의 일이 속상해서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큰아들이 알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가뜩이나 본인은 동생보다 공부도 못했는데, 거기다 이런저런 일로 학교에 더 다닐 수도 없는 입장이라 답답해하고 있는데 아버지까지 나서서 나 같은 아들은 필요 없고 잘 나가는 작은 아들 하나만 있으면 된다니…. 아마도 큰아들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 시작하고 싶었던 마음까지 싹 사라지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만 들 수도 있다.

 

그 이전에 큰아들 나름대로 부모님께 죄송해서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라도 잘 해 보이고 싶어 고민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은 몰라주고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안다면 과연 새로 시작할 힘이라도 생길까?

 

먼저 남들이 그런 말을 해도 부모로서 부정해야 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벌써부터 실망할 일은 아니지. 작은 아들이야 지금 하는 대로 잘해주면 될 테지만 나는 큰 아들도 믿고 있네. 지금 이런 시련들이 오히려 약이 되어서 철이 들면 뭔가 제대로 할 녀석이거든. 나이 들고 군대 갔다 오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하면 분명 희망이 있는 녀석이야.”

 

아들이 듣고 있건, 듣고 있지 않건 언제나 이런 생각이나 말을 하고 있어야 한다. 정말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아버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아들은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거나, 새롭게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었다면 이런 아버지의 마음의 격려가 힘이 되어 다시 박차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한 마디는 아들에겐 새로운 시작에 격려도 되어주지 못했고, 터닝 포인트도 되어주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아버지조차 이 아들로 하여금 무거운 마음이 되었으니 뭐가 좋을 게 있을까.

 

달리 생각하여야 한다. 어떤 경우도 자식에게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아들을 믿고 격려해줄 아버지는 세상에 나 하나 뿐인 것을, 아버지는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