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유감’
[제주포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유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인 지난 6월 17일 녹음짙은 한 야외공연장에서는 소리꾼들의 풀빛 청음이 구수하게 메아리 쳤다.

“얼씨구나 지화자~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소리는 큰 진폭으로 울렸다가 꺽이고 다시금 울리기를 반복했다.

1000여 명의 관객들은 쉼없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매료됐다.

옛 북제주군이 ‘2006 제주방문의 해’를 기념해 마련한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문화행사의 한 전경이다.

이날 제주현대미술관의 표징석 제막을 시작으로 전통 유교식 상량식과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등 외국의 유명작가 등이 참가하는 국제현대조각심포지움이 열렸다.

또 순직 1주기를 맞은 고(故) 신철주 군수를 기리는 흉상 제막식도 거행됐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과 인연을 맺은 전국의 내노라하는 예술인들과 지역주민 등이 함께 어우러져 마을의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김태환 지사도 이날 행사에 참석, 이 사업의 미래에 찬사를 보내며 축하했음은 물론이다.

이 때만 해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의 미래는 장밋빛 그 자체인 듯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 이후 이 사업이 삐꺽거리는 잡음이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는 등 뜻있는 이들의 의욕을 앗아가고 있다. 이 사업이 옛 북제주군에서 제주시로 이관되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노정되기에 그렇다.

시·군 통합 이후 예산에서부터 관리, 기획에 이르기까지 전담 부서와 인력에 누수현상이 빚어지면서 이 사업은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분양 택지 48동 가운데 23동은 아예 착공조차 못한 채 방치되는 것이 그렇고, 마우로 스타올리치 등 세계적 작가들이 기증한 조각품 주변마다 잡풀이 무성, 관리체계 부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다음달 개관 예정인 미술관도 운영주체가 마땅치 않아 지난 3월을 전후로 김흥수·박광진 화백 등이 기증한 상당수의 미술작품에 대한 소장 및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 조성과 농어촌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이 사업의 취지를 볼 때 총체적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조성사업은 제주돌문화공원과 제주해녀박물관 등과 함께 옛 북제주군이 올인해온 3대 역점시책이었다.

그렇기에 10여 개에 이르는 문화예술장르에서 국내 기라성같은 문화예술인들이 저지예술인마을에 입주를 희망하며 부응한 것이다.

북제주군의 당시 계획만 하더라도 다양한 예술교육과 국제적 행사를 통한 지역문화 인프라 구축은 물론 인근의 분재예술원과 한림공원 등과 연계한 복합문화예술단지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입주를 마친 예술인들은 한결같이 되뇌이고 있다. 누구하나 거들떠보는 이 없고, 입주예정자마저 이 마을을 외면하기 시작하고 있으니 폐촌 위기감이 깊어만가고 있다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입주민과 지역주민 등 ‘그들’ 것만이 아니라 제주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문화적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멀리 내다봐야 한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돌문화공원과 해녀박물관처럼 관리사업소 직제 신설을 통해 입주예술인과 행정 간 연계체제를 갖춘다면 그동안 미흡했던 점을 보완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당초 시·군사업의 지속 추진을 강조해온 도정책임자의 약속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제주를 위한 주요사업들은 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는 노력과 함께 업무 연속성이 유지돼야 한다.

더불어 아직 미완이긴 하나 다양한 예술장르를 맛볼 수 있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찾아 격려하는 이가 많을수록 그 완성도가 더욱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