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하나은행장 징계내용 공개…사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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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저축은행 비리로 중징계를 받았는데도 퇴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금융당국이 발끈하며 징계 내용을 조기에 공개하고 나섰다.

   

김 행장이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등 하나금융과 금융당국 양측간의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김 행장이 끝까지 버티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까지 포함해 하나금융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이 임기 만료 시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징계 내용을 부정하는 듯한 행보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김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을 이날 오후 금감원 홈페이지에 전격적으로 게재했다. 특정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제재 내용을 공시 일정보다 당겨서 미리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행장이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자신은 떳떳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금감원이 징계 내용 조기 공개라는 초강수를 두고 나선 셈이다.

   

이장호 BS금융지주[138930] 회장도 지난해 장기 집권 폐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고 사퇴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행장이 버틸 경우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은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강도의 모니터링을 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가 중징계를 받았는데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 금융 사고 등 해당 금융사의 기강 해이가 우려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김 행장의 제재 내용은 다른 제재 건보다 빨리 공개한 것은 그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자는 차원"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최고경영자는 은행 내부를 통제할 자격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이 공개한 징계 내용에 따르면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9월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관여 아래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59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해 투자적격 업체에 해당하지 않았음에도 미래저축은행이 요청한 시한에 맞춰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투자 심사 업무 등을 부실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경영개선 계획을 받은 뒤 검증 없이 하나캐피탈 자기자본의 8.3%에 달하는 지분 투자를 단기간에 결정했고,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이사회 회의록을 허위를 작성해 서면으로 이사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사회 의안 첨부 서류인 '지분투자 승인 신청서'를 임의로 대체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김승유 전 회장은 주의적 경고 상당, 임직원 5명은 3개월 감봉, 하나캐피탈은 기관경고 및 과태료 500만원, 하나금융지주는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투자건의 중심에 김 행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김 행장이 사퇴를 통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저축은행 건은 하나캐피탈이 정상적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라 대출을 하다가 한도가 막혀 안되니 유상 증자 방식으로 편법적인 우회 지원을 한 것"이라면서 "하나은행마저 거절한 것을 당시 김종준 하나캐피탈 사장이 무리하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담보의 경우도 감정가를 지나치게 많이 잡고 서류를 위조하는 등 금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행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치겠다고 버티면 김정태 회장 입지까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나은행은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 사기와 관련해 내부 직원 연루 혐의를 조사받고 있는데다 외환카드 분할 및 하나SK카드와 통합에 악영항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준 행장은 금감원의 퇴진 압박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은 뭐라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니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승유 전 회장은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가. 지금껏 이런 예를 본 적이 없다"며 "한 사람(자신)을 상대로 이렇게 할 만큼 (금감원이) 한가한지 잘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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