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한라산연구소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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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리 문화재는 7개가 있다. 창덕궁, 수원 화성, 불국사 등이다.

그 중에 곡선적이고 여성적인 구조를 가진 창덕궁은 600여 년 전에 지어진 것이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효심에서 비롯되었다. 단순한 효심뿐만 아니라 조선 성곽제도의 최고 완성품이다. 수원에 가면 팔달산을 중심으로 쌓은 화성(사적 제 3호)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나뉜다. OECD 국가 중에서 세계문화유산은 있지만 세계자연유산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10여 년 전에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동·식물이 생태학적으로 뛰어나지 않고 관리가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는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세계자연유산 절경이 있다. 바로 하롱만이다. 그러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하롱만이 제외될 위기에 있다. 관리 소홀 때문이다. 하롱만 뿐만 아니라 34개의 세계자연유산도 재평가한다고 한다. 세계자연유산은 지정되는 것보다 관리가 우선이다.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애써서 지정된 의미가 없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지정이 눈앞에 있다. 기뻐하는 마음보다 준비해야 될 것이 많다.

세계자연유산은 경치만 멋있다고 지정되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에 걸 맞는 조사와 연구와 유지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내년 7월에 최종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 관광객의 수도 많아질 것이다. 고용기회와 수입이 늘어나고 정부의 지원도 뒤따를 것이다.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지원도 받게 된다.

세계자연유산은 구호만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서명만으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실질적인 자연환경 분야 정책연구와 생물자원의 현황, 보전과 이용, 생태계 학술조사, 생물다양성 관리, 멸종 위기의 동·식물의 복원 기술 개발, 토양과 지질에 대한 다양한 조사 등과 국외 세계자연유산 관리기관과 학술교류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이 육성되어야 한다.

도내에 많은 환경단체가 제주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간운동도 학술적인 연구와 조사가 뒤를 받쳐주어야 빛을 발한다.

자연을 조사하는 것은 전문성과 집념과 미치지 않으면 안된다. 올 해 초 한라산국립공원 한라산연구소가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천연보호구역의 자연생태계 한라산’은 미친 사람들이 아니면 만들지 못할 책이다.

단순히 사진을 보듯이 책장을 넘기다가 사진 속에 담겨져 있는 열정을 보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라산과 제주도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전담 관리기관 없이 세계자연유산이 지정되고 유지되리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도 없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을 관리할 전문기관은 그동안 한라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조사하고 연구해 온 한라산연구소가 맡아야 한다. 한라산연구소는 불과 5년 전에 한라산국립공원 부설 임시기구로 개소하여 올 해 7월에야 독립사업소로 독립하였다.

계약직을 포함하여 연구원이 5명인 작은 기관에 불과하지만 매년 발간되는 연구보고서와 심포지엄에 담겨 있는 한라산의 자연과 생태는 국·내외 어느 연구기관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내년 7월이면, 자연환경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자연유산이 결정된다. 지금부터 한라산연구소를 단계별로 확대시켜 세계자연유산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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