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뒷감당은 도민들의 책임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제주도 공무원들의 특징은 돈을 무서워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땀 흘려 돈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서 세금이 도민의 땀과 눈물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청 공무원노조가 내년부터 한해 200명씩을 유럽 등 해외로 배낭연수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말이 좋아 ‘배낭연수’지 해외여행이나 다름없다.
그런 해외여행을 도민이 낸 세금으로 자기들끼리 가게 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의 해외견문을 넓히고 사기진작 차원에서 필요한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올해 제주도는 29명의 공무원을 선정해서 6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해외 배낭연수를 보내줬다. 이 정도까지는 눈 감아 줄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이제는 한해 200명씩 가겠다고 하니, 도민혈세를 빼먹으면서도 죄의식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는 지난해까지 4개 시·군에서 시행하던 대학생 방학 아르바이트 예산을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분류해 반영하지 않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300여명의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주는 예산을 없애는 상황에서 제주도 공무원들은 도민혈세로 해외여행이나 가겠다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도둑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세금을 받아 직접 챙겨 먹는 것도 세도(稅盜·세금 도둑질) 이지만 거둔 세금을 헛 쓰거나 사욕을 위해 파먹는 것도 세도다.
혹시 해외여행 요구의 배경이 ‘윗사람도 해먹는데 우리라고 못 먹을 것 없다’는 식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공무원들더러 유럽에 보름씩 여행 갔다 오라고 도민이 세금을 내는 게 아니다. 언제 직장을 그만 두어야할지 목에 서늘한 기운을 느끼면서 뼈 빠지게 일하는 도민들 생각도 좀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제주도 공무원들이 이런 식으로 처신하다가는 최소한의 도민신뢰마저 잃게 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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