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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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제주문화원 사무국장>



국어사전에 인연이란? 서로의 연분 혹은 어느 사물에 관계되는 연줄을 뜻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인(因)과 연(緣)을 곧 어떤 결과를 낳게 하는 직접적 힘이 되는 연줄. 모든 사물은 이 인연으로 생기고 없어진다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 사람들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된다고 했다. 하물며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며 사는 부부는 최고의 인연일 것이다.

어떤 이가 당신은 어릴 때 기억이 있느냐고 필자에게 물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말을 익히기 전에는 기억이 없지만 그 이후에는 조금씩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기억이 없을 뿐이지 태어나기 전에도 당신이란 존재는 있었다고 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나란 존재는 세상과의 인연이 있었다란 얘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부부의 인연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은 원래 남녀 구별 없이 하나였는데 조물주가 반으로 나눠버린 탓에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됐다고 하였다. 그래서 자기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 서로 헤매다 찾았을 때 비로소 하나가 되고 곧 부부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찾은 짝의 부부를 보고 닮았다고 표현하고 있고 부부애가 좋으며 잘 산다고 했다.

남을 벗으로 끌어안고 시비(是非)가 없이 소중히 생각하는 인연, 자기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있을 때 진정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여러 사람이 인연이 돼서 함께 삶을 이룩해 나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세의 삶을 오묘하게 표현한 어느 노 시인의 ‘연(鳶)’이란 시(詩)를 소개하고자 한다.

푸른 하늘 아득히/ 한없이 날아가고 싶어도/ 너를 떠날 수 없어/ 날아갈 수가 없다// 내 무슨 전생의 인연으로/ 너의 얼레에 이렇게 매이어/ 네가 실을 늦추어 주면/ 나는 바람을 타고 둥둥 솟아오르다가// 때론 이대로/ 아주 너를 떠나가는가 하다가도/ 네가 얼레를 잡아 감으면/ 다시 너에게로 감기어 들어오는 나// 터진 가슴의 앙상한 늑골 사이로/ 문풍지를 울리듯 찬바람에 스치우며/ 너의 얼레 하나로/ 감기었다 풀리었다 하고 있으니// 높고 넓은 하늘이 저만치 푸르러도/ 나의 하늘은 너와의 거리일 뿐/ 해가 빛나도 별이 반짝여도/ 나는 늘 너로부터 이만 쯤 떠 있어야 한다// 너의 얼레에 매어 있는/ 이 실오라기가 끊기는 자유/가 무서워 무서워/ 늘 허공에서 떨고 있는 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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