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2006년 제주의 세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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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06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필자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제주도 성장유망 중소기업 해외시장 조사단의 일원으로 중국 상하이와 홍콩을 다녀왔다. 경제대국으로 약진하는 중국의 폭발적인 역동성을 직접 체험하며 도내 성장유망 중소기업들의 대외 경쟁력 향상과 수출증대 방안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유서 깊은 금융, 상업, 무역의 중심지로 중국 제1의 경제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상하이와 세계 최대 중개무역항으로 국제금융센터의 거점인 홍콩은 희망찬 새해를 맞기 위한 세밑의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백화점과 호텔, 식당 등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됐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별보다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고 발걸음도 활기차 보였다. 유례없는 고성장으로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웃음꽃이 만발해 한 해를 보내는 허전함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천지개벽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하이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중국인의 ‘만만디’ 정신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초고속 개발과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길거리의 단층 건물들이 하루 아침에 평지로 바뀌고, 얼마 후에는 고층 건물들이 섰다. 푸동 신시가로 접어든 도로변에 수십 층 높이의 건물이 즐비해 뉴욕 맨해튼보다 20층 이상 고층건물이 30%나 많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사람·상품·자본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크리마스마스가 코 앞에 닥치면서 올해도 막바지까지 왔지만 제주의 세밑 풍경은 우울하기만 하다. 그 흔한 캐럴조차 듣기 힘들다.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불황과 취업난이 직장인들과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의 가슴 한켠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고 식당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도 죽을 맛이다. 송년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경기가 너무 안좋아 큰 일”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팔리는 물건도 없는데다 내년 경제 전망도 올해와 별다르지 않다니 도민들의 마음은 어수선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병술년 새해 제주는 희망 속에 시작됐다. 제주도를 동북아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가 7월 1일 출범하고 새로운 자치모델의 정립과 규제자유지역화를 통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민들도 올해는 경기가 좀 살아나고, 살림살이도 윤택해질 것이란 소박한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란, 5·31지방선거와 공무원 선거법 위반 사건, 한·미FTA 협상에 따른 감귤시장 개방 압력, 해군 및 공군기지 건설 찬반 갈등 등 굵직한 현안들이 잇따라 터져나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제주특별자치도는 한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도민 일각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도 나름대로 올 한 해를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 보지만 아무것도 쥔 것이 없어 도민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연초에 가졌던 희망과 기대와 안정은 절망과 좌절과 불안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정해년 ‘황금돼지해’에는 어쩔 것인가.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항공자유화, 면세지역화, 법인세율 인하 등 3대 핵심과제를 주축으로 한 2단계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제살리기에 행정력을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경제를 살릴 행동과 실천 과제를 내놓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제주경제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인구가 최소 100만 이상은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만 도민 모두가 희망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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