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가 체코에 사상 첫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E조 8차전에서 체코에 세트 스코어 3-0(25-16 25-23 27-25)의 완승을 거뒀다.
장신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체코는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 랭킹 22위로 한국(21위)보다 낮지만, 무려 50년 동안 천적으로 군림해왔다.
한국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체코를 처음으로 상대한 이후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상대전적에서 9전 전패를 기록했다.
올해 월드리그에서도 한국은 체코를 3차례 상대해 모두 풀세트까지 갈 정도로 잘 싸우고도 결정력이 부족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한국은 체코와의 월드리그 네 번째 맞대결에서 완벽한 승리로 마침내 악연을 끊어내고 사상 첫 승리를 기록했다. 체코와의 역대 상대전적은 1승 9패가 됐다.
아울러 한국은 이날 승리로 월드리그 5연패의 사슬도 함께 끊었다.
E조 최하위인 한국(2승6패)은 승점 3을 추가, 승점 9로 3위 체코(승점 10·4승4패)를 승점 1차로 바짝 추격했다. E조 1위와 2위는 각각 네덜란드(승점 14·5승 2패)와 포르투갈(승점 12·4승3패)이다.
38점을 합작한 서재덕(한국전력·18점), 전광인(한국전력·12점), 송명근(러시앤캐시·8점)의 삼각편대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한국 승리의 힘은 달라진 수비 집중력에서 나왔다.
여기에 최민호(현대캐피탈·12점), 박상하(상무·5점)의 센터진도 제 몫을 100% 이상 해줬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서브 리시브가 다소 불안한 송명근을 벤치에 앉히고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하는 곽승석(대한항공)을 선발 출장시켰다.
곽승석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서브를 깔끔하게 받아 올리면서 한국의 공격은 매끄럽게 풀렸다.
전광인, 서재덕의 쌍포가 불을 뿜은 한국은 1세트에서 체코에 블로킹을 단 1개만 허용하며 20-11까지 간격을 벌렸다.
체코는 1세트를 어이없이 내주긴 했으나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았다. 체코는 장점인 중앙 속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가동하며 2세트에서 한국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갔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한국은 송명근을 교체 투입했고 송명근은 제 몫을 해냈다. 강력한 스파이크로 12-12 동점을 만든 송명근은 이어 서브 에이스까지 올리며 단숨에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끌고 왔다.
한국은 송명근과 서재덕이 번갈아가며 공격 득점을 올리고 박상하의 블로킹 득점, 상대의 공격 범실까지 더하며 21-17까지 앞서 나갔다.
이후 체코에 21-20으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송명근의 쳐내기 득점으로 한숨을 돌린 한국은 최민호의 중앙 속공으로 24-23으로 먼저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한국은 이어 전광인이 힘차게 뛰어올라 강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꽂아넣어 두 세트를 연달아 따냈다.
이대로 경기를 끝내려는 한국과 벼랑 끝 탈출을 시도한 체코는 3세트에서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펼쳤다.
21-23에서 서재덕의 후위 공격으로 한 점 차로 따라붙은 한국에 운이 따랐다. 체코의 세터는 공격수가 아무도 없는 쪽으로 공을 올렸고, 한국은 어부지리로 23-23 균형을 맞췄다.
한국은 박상하의 천금 같은 블로킹으로 24-23 게임 포인트를 만들었지만 상대에게 공격 득점을 허용했다.
듀스에 돌입한 한국은 25-25에서 박상하의 중앙 속공이 상대 블로커의 손을 맞고 나가면서 우위를 잡았고 이어 블로킹 득점으로 경기를 끝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