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들고 물러난 대표팀 사령탑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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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이후 임기 다 채운 감독 8명중 3명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는 언제나 '독이 든 성배'와 같았다.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사에 우울한 한 페이지가 또 더해졌다.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이래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던 8명의 지도자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감독은 딕 아드보카트, 허정무, 최강희 감독 등 3명에 불과하다.

   

홍 감독의 전임자였던 최 감독은 시작부터 임기를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때까지로 못박았기에 실질적으로는 2명만 임기를 온전히 채웠다고 봐야한다.히딩크 감독이 영예롭게 물러난 빈자리를 물려받은 지도자는 포르투갈 출신의 명장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었다.

   

그는 대표팀에 처음으로 '포백(4-back)' 전술을 도입하는 등 당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큰 기대를 모았다.그러나 2006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최약체로 분류되던 몰디브와 0-0 무승부에 그치자 거센 비난과 사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흔들리던 한국 축구의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며 대한축구협회는 '네덜란드의 추억'에 기댔다.히딩크 감독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2004년 6월 지휘봉을 이어받았다.그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3-1 대승을 거두고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지역예선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사실상 경질당했다.

   

잔혹사는 히딩크 감독의 수제자였던 핌 베르베크 감독에게까지 이어졌다.2006년 7월 아드보카트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사령탑에 앉은 그는 2007년 인도네시아 아시안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자 자진사퇴했다.

   

박지성, 이영표 등 '프리미어리거'들을 부상으로 잃은 상태에서 3위에 올랐기에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베르베크 감독에게 여전히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그러나 '월드컵 4강 신화'로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축구팬들은 그를 가만히 두지를 않았다. K리그 구단들과도 선수 차출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현 축구협회 부회장인 허 감독이 사령탑에 앉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신화를 썼으나 이후 한국 축구는 그 어느때보다도 어두운 '혼돈의 세월'을 감내하고 있다.2010년 7월 사령탑에 오른 조광래 감독은 A매치 12승 6무 3패라는 호성적을 거두고도 1년 4개월만에 경질됐다.

   

축구협회가 자진 사퇴라는 '형식'도 갖추지 않고 대표팀 감독을 해임한 것은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사령탑이었던 차범근 감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브라질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레바논에 1-2로 패한 것이 표면상의 경질 이유였으나 축구계 안팎에서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 축구협회 수뇌부와의 갈등, 스폰서의 외압 등으로 조 감독이 사령탑에서 내몰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전북 현대를 아시아 최강팀으로 만든 최 감독이 '교체 선수'로 투입됐다. 그는 최종예선까지만 사령탑을 맡겠다며 처음부터 '시한부 감독'을 자처했다.월드컵 본선행은 이뤘으나 축구팬들은 경기력이 시원찮다며 그에게 합격점을 주지 않았다. 최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기성용(스완지시티) SNS 파문' 등으로 계속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선수 시절에는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고, 지도자로서는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직접 쓴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다.축구팬들은 다시 영광의 시대를 열어주기를 바라 마지않았으나 그는 불과 1년만에 역대 대표팀 감독 그 누구보다도 깊은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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