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날 불길 뛰어든 소방관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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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오는 17일 서귀포소방서장으로 치러져
 
   
 
비번 날 화재 진화에 나섰던 일선 소방 지휘관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21분께 서귀포시 중앙동에 있는 2층 단란주점에서 불이 난 가운데 화재 진압과 동시에 인명 수색을 벌이던 강수철 동홍119센터장(48·소방경)이 카운터 옆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화재 발생 37분 만인 이날 오후 7시58분께 현장에서 쓰러진 강 센터장은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멈춰 있었다. 주위에는 녹아내린 전선줄과 테이블, 소파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경찰과 119는 강 센터장이 바닥에 널려 있는 잔해에 발이 걸려 넘어진 후 공기호흡 마스크가 벗겨지면서 연기에 질식,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센터장은 이날 비번이었지만 화재 통보를 받은 후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 부하 소방관 2명과 맨 먼저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다.

뒤이어 도착한 소방관들은 진압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내부에 가득 찬 유독가스를 배출시키려고 도끼로 2층 유리창을 찍었으나 날이 튕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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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단란주점은 소음 차단을 목적으로 유리창 대신 2㎝ 두께의 베니어판과 부직포를 3겹으로 설치했고, 소방관들은 전기톱을 이용해 연기가 빠져 나갈 구멍을 가까스로 뚫어 놓았다.

경찰은 바깥 유리창 대신 베니어판과 부직포를 설치했고, 2중 구조의 천장과 내부에 각종 장식물이 있어서 불이 순식간에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를 처음 목격한 종업원 오모씨(55·여)는 “홀에서 타는 냄새가 나서 1번 룸을 열었더니 노래방 반주기기 모니터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모씨(49·여)가 운영하는 단란주점의 면적은 117㎡(약 35평)로 방 2개와 홀, 주방을 갖추고 있었고, 당시 손님은 없었다. 경찰은 먼지가 쌓인 모니터 내부에서 합선 또는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강 센터장을 부검하고, 모니터 등을 수거해 국립수사과학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하기로 했다.

강 센터장은 1992년 소방공무원으로 입문한 이래 서부소방서 119구조대장, 노형·효돈·동홍 119센터장 등을 맡으면서 22년 동안 각종 사건·사고와 화재 현장을 누벼왔다.

서귀포소방서 지명준 현장대응과장은 “부하 직원들은 비번 날 급히 달려온 강 센터장을 만류했으나 화염 속으로 먼저 들어갔다”며 “체력이 좋은데다 책임감이 투철해 평소에도 현장에선 맨 앞에 나섰던 분”이라며 비보에 안타까워 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강 센터장에 대해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안전행정부에 순직 공무원 자격을 신청했다. 빈소는 서귀포소방서 3층 대회의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17일 오전 9시 서귀포소방서장(葬)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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