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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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함부로 말을 했다가는 어느 날 누구에게 잡혀가서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를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내 입 가지고 못할 말이 없으니, 참으로 세상이 좋아졌다.

어느 날 갑자기 깡패를 소탕한다는 핑계로 쥐도 새도 모르게 삼청교육대 등에 끌고 가던 그 시절에는 무서워서 말도 못하다가, 오늘날과 같이 내 멋대로 지껄여도 잡아가지 못하는 사회에서, 마치 자기만이 양심세력인양 떠들어대는 사람은, 어찌 보면 가장 비겁하고 약삭빠른 기회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정의롭고 용기가 있다면 무섭던 그 때 그 시절 말씀하시지 그때는 침묵하더니 이제야 떠들어댄단 말인가?

암울했던 그 시절은 어찌 보면 전시였다고 할 수 있었으니, 곧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의 현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미 민주화가 될 만큼 되었으니 싸울 대상이 없다.

사람들은 어제의 일과 똑같은 일을 오늘도 하면서 나날을 살아가면 재미없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고쳐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없는 적이라도 만들어서 싸움을 걸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평화로울 때일수록 사람들은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시켜나가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남들이 좀처럼 가지 않는 가시밭길을 홀로 가다가 바보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지만, 결국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대통령의 자리에 앉기도 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싸워서 정권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최후의 자리이지만, 싸워서 이긴 후에는 국민을 안정되게 해주어야 하는 통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는 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인지 몰라도, 싸워서 통치의 자리에 앉으면 이제는 국민들을 안정되게 해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지만, 아직도 온 사회를 도박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게임에는 일정한 룰이 있다. 그러나 도박에는 일정한 룰이 없다. 도박을 즐기는 사람은 일정한 룰에 따라 경기하면, 절대 불리하기 때문에, 한 순간에 게임의 룰을 파괴시켜 극적인 반전을 노리는 것이다. 물론 최고의 능력을 갖추었으나 사회의 룰로는 능력 있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어서 극적인 반전을 노리고 도박을 하는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보다는 부족한 사람이 자기의 단점을 감추고 기존질서를 파괴시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행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던가?

위에서 높은 사람이 자꾸 함부로 말하고 도박판에서나 있을 법한 행동들을 일삼아 성공을 거두고 나니, 너도 나도 앞 다투어 함부로 말하고, 개혁이랍시고 부르짖어 실제로는 내 욕심을 채우기도 하여, 온 사회가 질서가 없다. 열심히 노력하여 하나씩 하나씩 불려나가는 사람이 각광받아야하는데도, 요령을 적당히 잘 피우거나 한 번의 도박으로 오히려 좋은 자리와 많은 것을 취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가진 자는 타도의 대상이 된다. 정당하게 노력하여 지위를 얻은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그저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기 때문에 타도의 대상이 될 뿐이다. 사람들은 가진 자를 우리 사회의 적으로 간주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지만, 그러면서도 자기는 그 대열에 서보려고 바동거린다.

내가 이루면 축복이지만, 남이 이루면 저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남보다 더욱 성공하려고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남을 저주하고 음해해보지만, 결코 그 스스로는 성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안재철 제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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