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과 문화, 삶이 오롯이 담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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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제주도의 초가 ‘민속문화재 제3호와 제11호’

오랜 시간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온 제주도의 초가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오롯이 담아냈다.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올레를 따라 들어서면 야트막한 돌담이 둘러져 있고 완만한 둥근 지붕을 얹은 초가가 나온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안거리와 밖거리가 있고, 텃밭인 ‘우영’과 화장실인 ‘통시’, 말과 소를 기르는 ‘쇠막’, 곡식을 저장하는 ‘고팡’ 등이 저마다 쓰임에 따라 지혜롭게 구성되어 있다. 다른 지방과 다른 독특한 주거방식, 제주도의 초가에선 제주인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주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인데다가 섬이라는 특성상 바람이 강하고 자주 분다.
제주초가는 산이나 들, 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새(띠풀)을 이용해 지붕을 얹는데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완만한 경사로 새를 쌓아 올리고 격자로 엮어 단단히 묶는다.
또한 현무암으로 돌을 쌓아 초가가 직접  바람을 맞지 않도록 했다. 용마루를 얹지 않고 처마가 짧은 둥근 지붕은 바람 많은 자연에 적응한 산물이다.


제주초가에는 굴뚝이 없다. 굴뚝은 역풍을 받을 수 있어 설치하지 않고 취사와 난방을 분리해 취사는 ‘정지’(부엌)에 화덕을 두고, 난방은 ‘굴묵’(난방용 아궁이)를 통해 했다.
굴묵에 땔감이 들어가면 판석으로 입구를 막아 밤새도록 천천히 타들어가도록 했다.


바람에 영향을 받은 또 하나의 구조는 바로 상방이다. 제주 초가의 공간들은 상방을 중심으로 붙어 있다. 상방은 육지부의 대청과 같은 기능을 하는 마루방이지만 육지부의 대청이 외부로 개방된 것과는 달리 문과 창을 두어 내부적 성격이 강하다.


제주의 초가는 자연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벽은 나무 기둥사이에 대나무를 엮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발랐는데 습할 때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할 때는 내뿜으며 습도를 자연스럽게 조정했다.
이렇듯 제주초가는 자연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우러져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집이다.


제주초가는 제주 특유의 문화를 담은 공간이기도 하다.
먼저, 부모와 결혼한 자녀가 독립적인 세대를 구성해 함께 사는 것은 제주초가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부모가 사는 집은 안거리, 결혼한 자녀가 사는 집은 밖거리라고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모가 자식들에게 안거리를 내주고 밖거리에 살았다.
안거리와 밖거리에는 각각 정지와 구들방, 수장고인 고팡 등이 따로 있어 독립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안거리와 밖거리는 마당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세대를 아우르며 서로의 삶을 공유했다.


독립성과 공동체의식이 공존하는 제주의 문화는 정낭이나 돌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낭은 제주초가의 출입문으로 나무를 올려놓는 수에 따라 집주인의 상황을 알려준다.
또한 높지 않은 담은 초가 내부인과 외부인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게 했다.
구분은 하되 차단하지 않고 소통하는 제주 특유의 공동체 의식이 반영된 집약체가 제주초가인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제주의 자연환경에 다듬어지고 제주인의 삶의 공간으로 쓰이면서, 제주초가는 관혼상제의 공간, 의식주의 일상공간으로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 왔다.
제주초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는 집이다.


제주도의 초가는 지난 1978년 민속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면서 역사적 가치와 건축학적 조명을 받았다. 현재 제주시 삼양2동의 강운봉 가옥,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의 문형행 가옥과 변효정 가옥, 제주시 조천읍의 조군현 가옥,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의 송종선 가옥,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의 양금석 가옥이 민속문화재 제3호로 지정돼 있고, 2012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문귀인 가옥이 추가로 민속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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