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책임지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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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형태일까. 옛날 중국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질서를 지키는 무치(無治) 사회가 으뜸이며, 다음으로는 통치자의 도덕률을 강조하는 덕치(德治), 그리고 합리적인 타협을 통하여 이끌어가는 정치(政治)라고 하였다.

정치가 망가지고 나면, 마지막 수단으로 법치(法治)를 내세웠다. 서로의 신뢰를 잃고 법으로도 안 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혼돈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한쪽은 잘 돌아가는데, 대다수의 다른 쪽은 삶의 고달픔을 호소하는 양극화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한다. 결과는 분명한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이, 헌법 개정에 대한 논란 등 다시 다가오는 대선에 관심을 기우리고 있다.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이념이나 도덕적인 자질보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에 쏠리는 듯싶다.

부동산정책을 빼고는 모두 잘했다는 대통령의 막말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까닭은 왜 일까. 정책의 실패 등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하고 현상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시작과 더불어 내세운 분배정책에서부터 문제가 발단된 게 아닐까. 국가균형발전을 위하여 국가자산을 더 키우기보다 서로 나누었고, 나누어진 자산은 더욱 한쪽으로 쏠려 부동산 폭등을 일으켰다. 노조활동에 대한 아량은 점차 명분 없는 파업이 속출하였고, 회사의 자산을 나누어 먹는데 기여함으로써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불법시위나 간첩행위도 감싸는 일은 법집행의 형평성을 상실하여 신뢰를 잃고, 빨리 정권이 바뀌었으면 하는 실망으로 점철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원인이 시장경제를 무시한 분배정책에서 출발하였다면,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지는 자세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행정도시를 비롯한 모든 정책 실현이 지금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에서의 일이다. 그러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도배하는 일로 정권 재창출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일부에서는 국가가 이 만큼 먹고 살만 하니, 세금폭탄으로 나누어도 되지 않으냐는 논리다. 문제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유래 없이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은 규제강화를 더욱 유발하였다. 정부정책의 오류나 도덕적 해이에 의한 과오에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관료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의리로 뭉쳐진 집단의 특성으로 다시 기용되는 회전문 인사가 우리를 실망시켰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사회, 자조적인 냉소가 넘치는 사회에서는 어떤가. 헌법이 정하는 법대로 공정하게 집행하도록 바라는 보수집단의 결집을 유도했다. 그러면 이제 국가적인 문제보다 제주사회를 생각해보자.

참여정부의 의도를 빨리 읽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보다 많은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확실한 담보가 없이 행정계층구조를 개편하는 일은 큰 모험이었다. 도지사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었으나,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취약하였다. 예전의 체제로 환원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면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국가안보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해군기지가 제주에 들어서야 한다면, 주민 사이에 갈등만을 증폭시키지 말고 공론화하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지원을 전제로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의 사례도 있지 않은가.

선거에 표를 의식하여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하였다는 사업치고 성공하였다는 예는 찾기 어렵다. 자리에서 물러나면 모든 책임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공직에 있는 동안에 냉정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끝까지 책임을 질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용기가 있는 분이다. 책임질 수 있는 인재는 당사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손에게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이기에, 항상 용기 있는 사람만이 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금년에는 모든 분야에서 책임지는 사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고정삼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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