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튤립 버블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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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노자는 “폭풍이 지나면 하늘이 맑아지는 것처럼 거꾸로 되돌아가는 반복 순환이 도(道)의 움직임이다.”라 하였다. 회남자 역시 “우주의 법칙은 극에 달하면 되돌아오고 가득차면 덜게 된다.”라 말한다. 해는 한낮이 되면 지기 시작하고, 달은 차면 이지러지고, 사물은 성하면 쇠한다. 경제도 과열되면 거품처럼 터진다. 버블 경제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지나쳐 터무니없이 높게 평가된 것을 말한다. 네덜란드 튤립 시장이 대표적인 버블 사례다.

17세기에 신대륙의 은, 아시아의 향신료, 유럽 각지의 물산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모여 들었다. 암스테르담 외환은행의 예금 잔고가 16배로 급증했다. 좁은 국토를 가진 네덜란드에서 상류 귀족들은 부를 자랑하기 위해 튤립을 정원에 심었다. 상류 귀족을 모방하고픈 욕구에 평민들이 가세하여 튤립을 구입했다.

튤립은 병에 걸리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는 단색을 띤다. 모자이크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돌연변이를 일으켜 독특한 꽃무늬가 생긴다. 운이 좋아 최상급의 튤립이 피면 대박이 터졌다. 튤립이 투기로 바뀌었다. 튤립 뿌리는 자산으로 간주돼 뿌리 보관 금고까지 생겼고, 대출 담보 수단이 되었다. 당시 네덜란드 노동자들의 1년 수입은 200~400길더였다. 튤립 뿌리의 최고가는 5,200길더였다. 희귀 뿌리 뿐 아니라 공급이 많아 경제적 가치가 낮은 일반 뿌리까지도 튤립이라는 이유만으로 급등했다. 평범한 튤립 뿌리 1파운드가 20길더에서 1주일 만에 1,200길더로 폭등했다. ‘묻지 마’식 투자가 성행하면서 버블이 형성되었다.

끝없이 팽창할 것 같았던 튤립 버블은 순식간에 터졌다. 튤립 뿌리 가격은 1637년 1월에 26배가 뛰었지만 2월에는 95% 폭락했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비극의 주인공은 유명한 풍경화가 반 고이엔(van Goyen)이다. 그는 거품이 터지기 전날 900길더와 자신의 그림 한 폭을 주고 튤립 한 뿌리를 구입했다. 튤립 값이 폭락한 그 날 이후로 그는 19년 동안 비참한 가난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 1999년 코스닥 열풍이 불었다. 파워텍이라는 회사의 주가는 100일 동안 162배 뛰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 담보 대출을 받고, 신용카드 빚을 내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업의 재무구조는 보지도 않고 무조건 코스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코스닥 시장의 종목들은 2000년 봄에 1/10, 1/20으로 곤두박질쳤다. 2006년에 불어 닥친 ‘바다이야기’는 큰 상처를 남겼고 부동산 열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버블은 주식시장과 도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붐이 지나치면 버블이 된다. 버블은 늘 있어 왔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부화뇌동의 심리가 작용한다. 한창 뜨고 있는 장사 아이템으로 개업을 한다. 식당의 실패율은 60~90%에 이른다. 무턱대고 대세를 따르다간 자칫 TV 박수부대의 가짜웃음에 덩달아 웃게 된다.

인디언의 버펄로 사냥 법은 부화뇌동의 심리를 이용한다. 버펄로의 눈은 얼굴의 양쪽 옆에 달려 있어서 앞보다 옆을 보기가 더 쉽다. 버펄로는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앞서가는 동료 버펄로의 뒤꽁무니만 보고 달린다. 인디언은 앞서가는 몇 마리 버펄로를 절벽으로 향하게 한다. 나머지 버펄로들은 앞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뒤쫓아 절벽을 향한다.

하버드 대학 앤드리어센의 연구에 의하면, 나 홀로 판단한 투자자가 매스컴의 시시콜콜한 뉴스에 신경 쓴 투자자보다 더 이익을 보았다고 한다. 주식가격 변동이 큰 경우에는 2배의 이익을 올렸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내려갈 때 팔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그 순간에 이미 버블 가능성이 있다.<현정석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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