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의 보석인 와인과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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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일상적 삶 속에서 와인 한 잔과 향수 한 방울은 삶의 윤활제가 될 수 있다. 코르크 마개를 따자마자 느끼는 맛과 공기가 한 동안 장난을 한 후의 맛은 독특하다. 맛이 깊고 진한 와인인 경우에 더욱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처럼 향수도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향수는 보이지 않는 멋진 악세사리이다.


달콤한 와인 한 줄기와 섬세한 음악 한 소절이 긴 여운을 남기며 흘러간다. 한 토막의 음악은 우리들의 내면세계를 정갈하게 가꾼다. 타닌이 바닐라향으로 포장되어 균형감이 뛰어나며, 꽃향과 과일향이 풍성한 와인이 잔잔한 교향곡을 연주한다. 와인의 향은 세 가지, 즉 원료 포도에서 우러나온 아로마,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탄생하는 향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사람 몸 속으로 퍼지는 와인은 감동을 주지만, 병 속에 남은 와인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잔에서 꽃피던 와인의 아로마(aroma)와 부케(bouquet)는 오래도록 혀와 기억 속에 여운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여운을 음미하며 아름답게 인생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큼 풍부하고 여유로운 인생의 향기를 풍기면서 말이다.  특히 ‘옐로우테일 상그리아(yellow tail Sangria)’처럼 상큼한 오렌지와 감귤의 풍부한 아로마를 지닌 것으로 뒷맛이 산뜻하고 깨끗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두 친구가 경험하는 일주일 동안의 여행을 보여주는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는 와인을 통해 평범하면서도 깊은 인생의 맛을 보여준다. 이것은 삶에 소심한 한 남자가 와이너리를 여행하면서 사랑과 인생의 활기를 찾는 이야기다.


폴 지아마티(Paul Giamatti)가 눈을 감고 와인 향과 맛을 음미하는 모습은 기쁨의 절정에 도달한 이의 표정이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어렵듯이 와인 속에 어떤 맛과 향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아는 것은 난해하다. 


와인처럼 향수도 멋진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향의 이미지는 향수의 첫 인상인 탑노트(top note)의 경우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 미들노트(middle note)에서는 싱그러우면서도 풍부한 향취, 라스팅노트(lasting note)에서는 부드러운 잔향이 느껴진다.


노트는 음악에서 음의 높낮이, 또는 길이를 나타내는 음표를 말한다. 향에도 강약이 있고, 머무는 시간에 차이가 있음을 표현한다. 와인과 향수와 음악은 한 줄기의 빛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음악처럼 향수도 자신을 효율적이면서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이다. 향수는 향 자체로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삶을 통해 축적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생리적인 변화까지 꾀함으로써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코코 샤넬(Coco chanel)과 천재적 조향사 어네스트 보(Ernest Beaux)에 의해 탄생한 샤넬 No.5의 향이 바뀔 전망이다. 잔향의 핵심이 되는 성분이 알레르기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이 원료를 금지 혹은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나는 샤넬 No.5만 입고 자요’라고 말해 일파만파의 추측과 여운을 남기며, 샤넬 No.5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다음 해에는 어떤 향이 담긴 액체의 보석이 등장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와인의 아로마와 부케가 혀와 기억 속에 머무르는 여운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향수의 부드러운 여운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추억의 보석이다.


와인·향수·음악의 여운처럼 우리도 주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큼 배려하고 너그러운 삶의 향기를 은은하게 풍길 수 있으면 인생의 오솔길은 멋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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