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시장에 제주업체는 없다
중국인 관광시장에 제주업체는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중국 여유법(관광법) 시행 이후 제주관광의 싸구려 이미지가 개선됐다고 말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역업체인 경우 구조적으로 시장에서 완전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죠.”

외형적으로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2014년 제주의 중국 관광시장을 지역경제 시각에서 들여다보니 밖에서 바라보던 시각 이상으로 구조적 문제는 심각했다.

관광업계의 위기감과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여유법 시행 이후에도 수입 측면에서 제주에는 실속 없는 ‘저가 투어’가 여전한 데다 이로 인해 중국·화교인들이 운영하는 여행사에서 패키지 중국인 관광객을 독점하는 ‘먹이사슬 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행사부터 시작된 중국계 자본 운영 관광 업종이 최근에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과 쇼핑점, 마사지숍 등으로 급속 확장돼 이른바 ‘자체 패키지 상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커지면서 지역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먹을 게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면 이렇다. 도내 랜드여행사들이 중국 현지여행사로부터 관광객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호텔(1급 이하)과 차량, 식사 등의 지상비로 1인당 8만~10만원(1박 기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정상적인 지상비를 보내는 중국 현지여행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가를 크게 밑도는 3만원 안팎을 주거나 일부 조선족 운영 여행사는 역으로 2만~3만원을 현지여행사에 주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덤핑 관광상품이 문제되면서 중국 당국에서는 여유법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현지 제주관광 상품 가격이 50% 이상 올랐다. 하지만 가격 인상 분은 중국인 관광객을 모객해 송출하는 현지여행사 몫으로 떨어져 제주관광 비용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싸구려 초저가 상품과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송객수수료를 주고 데려온 중국인 관광객은 다시 돈을 받아 무자격 가이드들에게 넘겨진다. 무자격 가이드들은 돈을 벌기 위해 무료 및 저비용 관광지를 돌면서 인삼판매점과 면세점, 유람선 등 쇼핑 및 옵션 투어를 강요하게 된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인 관광객 대상 덤핑 관광이 가능한 배경에는 중국·화교인 등이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얽혀져 있다. 도내 중국계 자본 여행사는 2011년까지 3곳에 불과했지만 2012년 5곳, 지난해 8곳, 올해 5곳 등 21곳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여행사는 저가 공세를 앞세워 중국인 패키지 관광객의 95%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독과점 시장을 굳혔다. 특히 먼저 시장을 선점한 한 여행사는 가족회사 형태로 업체를 불려 난공불락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돈을 모은 일부 여행사들은 호텔과 쇼핑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도내 중국인 소유 콘도·호텔은 2011년 3곳에서 현재 13곳(전체 1025실 규모)으로 불었으며 10여 곳의 쇼핑점과 기념품점, 화장품점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모텔·장급 여관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도내 업체인 경우 저가 경쟁에 따른 손실 위험을 떠안고 시장 진입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중국·화교 여행사의 시장 독점은 고착화되고, 사업 영역을 넓힌 중국업체의 시장 영향력 확대는 통제 불능될 정도로 커질 게 불보듯 뻔하다. 이는 관련 시장에서 지역 업체 및 인력이 설 땅을 잃는 최악의 상황을 가늠케 해준다.

확실한 것은 지금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무자격 가이드를 발 붙이지 못하게 하고 구조적으로 왜곡된 시장을 자정하기 위해 위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철퇴를 내리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 관광의 미래는 진짜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김태형 사회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