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아, 생명의 숲,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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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주인들은 울창한 숲을 ‘곶(고지)’라 하고, 가시덤불이 마구 엉클어진 곳을 ‘자왈’이라 하였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이 합쳐진 말로 제주어사전에서는 ‘나무나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 같이 어수선 하게 된 곳’이라 정의하고 있고, 지질학자들은 ‘점성이 큰 용암이 흐르다가 용암판이 깨져 만들어진 크고 작은 바위들로 형성된 지대’를 지칭하고 있다.

곶자왈은 바위지대라 토양이 부족해서 농사를 지을 수는 없지만, 제주도의 온난다습한 기후와 잘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면서 다양한 동식물을 키워내고 있다.

그리고 곶자왈에는 바위굴인 ‘궤’와 크고 작은 용암동굴이 많아 4·3사건 때에는 지역주민들의 피신처가 되기도 하였다.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곶자왈은 숯을 굽고 대소사에 쓸 나무와 집을 짓는 데 필요한 목재를 공급해주는 장소였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에 주거형태가 바뀌면서 곶자왈은 잡석과 잡목과 가시덩굴이 한데 어우러져 경작지로 이용하기 곤란한 문자 그대로 쓸모없는 땅으로 전락하였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관이 좋고 땅값이 싼 곶자왈은 대규모 골프장과 관광단지의 최적지로 주목받게 되었다.

공유지 사유지 할 것 없이 광활한 곶자왈들이 개발업자들에게 넘어갔고, 행정기관에서도 경제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개발권을 마구 허가해주었다.

하지만 곶자왈만큼 환경적, 생태적, 경관적, 경제적 가치를 지닌 곳도 없다.

곶자왈은 투수성이 좋아 빗물을 받아 제주의 생명수인 청정지하수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그리고 원시림처럼 사시사철 울창한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 노릇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온화한 기후를 보이는 곶자왈은 희귀식물의 천국이자 양치식물의 보고이고, 양서류와 파충류의 서식처이다. 그야말로 곶자왈은 생명의 숲인 셈이다.

곶자왈이 파괴되면 더 이상 제주가 자랑하는 삼다수도 없고, 제주 자연의 생태적 가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하여 환경단체에서는 생명이 흐르는 곶자왈에 개발계획이 설 때마다 곶자왈을 보전해야 한다고 몸부림치며 외쳤다.

그러나 행정당국과 개발업자와 지역주민들은 거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개발을 추진하였고, 곶자왈에 수많은 골프장과 리조트단지가 착착 들어섰다. 곶자왈을 잠식하는 골프장들을 보는 제주의 환경지킴이들은 가슴이 쓰라렸다.

지금도 안타까운 일은 꼭 보전되어야 할 선흘곶자왈과 교래곶자왈과 같은 수백만평의 군유지가 헐값에 개발업자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단체에서는 무분별한 곶자왈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지리정보시스템(GIS) 등급을 재조정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곶자왈의 경우 지하수 보전 2등급, 생태계보전 3등급이어서 개발위험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곶자왈은 빗물 함양기능이 높고, 주요한 희귀동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울창한 숲이기 때문에 숨골이나 하천과 같이 지하수보전 1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자연림 수준인 생태계보전 2등급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서 개발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이제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해서 도지사를 비롯해 도의회, 언론사, 경제단체, 사회단체, 환경단체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곶자왈 한 평 사기 운동 범도민추진위원회가 창립되었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제주도가 진정성을 가지고 제주의 보물인 곶자왈을 지킨다면 희망은 있다.

잘 보전된 곶자왈은 우리를 먹여살려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도민 모두가 곶자왈지킴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윤용택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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