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교육열로 세워진 하천초, 이제는 화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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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아동들 위해 학교 설립 건의, 1963년 분교장으로 첫발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로 11번지, 과거 하천초등학교의 자리이다. 현재 이곳에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부터 인증받은 전통문화 인성교육 위탁교육기관이자 제주도내 유일의 제1종 전문화석박물관인 제주화석박물관이 2007년부터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제주화석박물관이 과거 하천지역 어린이들의 배움터였음을 알 수 는 없었다. 학교 운동장의 일부는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고 일부 운동장 부지에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승마체험을 위해 몇 마리의 말들이 거닐고 있었다.

 

또한 트럭만한 크기의 나무 화석인 규화목(硅化木)이 운동장 한 가운데 버티어 서 있고 교사(校舍) 역시 새롭게 리모델링 돼 있었다. 화석박물관으로 들어서는 진입로 입구에 서 있는 ‘배움의 옛 터’ 표지석 만이 이 자리가 하천초등학교 터였음을 알려 주고 있다.

 

이 표지석에는 ‘이곳은 하천초등학교 배움의 옛 터입니다. 학구민의 불타는 교육열과 정성으로 부지와 건물을 마련, 1963년 개교해 38년간 98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아쉽게도 학교에 다닐 어린이가 줄어들어 2001년 3월 1일자로 문을 닫으며 한마음초등학교에 통합되었습니다. 이에 이곳이 오랫동안 배움의 횃불을 밝혔던 자리임을 남기기 위하여 세웁니다.

 

2001년 3월 1일 한마음초등학교장’ 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배움의 횃불을 밝혔던 하천초등학교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인류와 자연과의 상호 관계를 풀어주는 화석을 통해 과거로의 지구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배움터인 제주화석박물관이 대신하면서 교육의 맥을 이어하고 있다.

 

▲하천초등학교 설립 표선면 하천리 학구는 표선초등학교 학구에 포함돼 1963년 표선초등학교 하천분교장이 들어서기 이전까지 하천리 어린이들은 표선초등학교에 입학해 공부했었다.

 

그러나 하천리 상동의 경우 표선초등학교와의 거리가 4㎞ 정도 떨어져 있어 어린 학생들이 매일 하루 8㎞의 등하굣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저학년 어린이나 체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고통은 더욱 컸으며, 비 날씨 등 악천후 시 등굣길은 큰 어려움이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하천리에 학교를 설립해 학생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후세 교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교육당국에 학교 설치를 요청했다. 자녀교육에 대한 주민들의 열의가 결실을 맺어 1963년 5월 17일 표선초등학교 하천분교장이 설립됐다. 이후 학생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본교로의 승격 필요성이 대두됐다.

 

마을에서는 하천초등학교 본교추진 기성회(회장 강안봉)를 구성해 모든 마을주민들이 학교 설립에 필요한 자금 모금에 나섰으며 20여 명의 재일교포들 역시 적극 동참했다. 이처럼 학교 설립을 위해 주민들과 재일교포들이 적극 나서면서 1967년 12월 4일 표선초등학교 하천분교장이 하천초등학교로 승격 인가가 나고 이듬해 4월 1일 드디어 하천초등학교가 문을 열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1995년 발간한 ‘제주교육을 도와준 사람들’이라는 책자에 따르면 하천초등학교 설립과정에서 1966년에 강안봉 학교설립위원회 회장 외 회원 일동 명목으로 학교 부지 7113㎡를 기증한 것을 비롯해 그 후에도 많은 학교 부지와 학교 용품 기증 기록이 있어, 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들의 열의를 엿볼 수 있다.

 

하천초등학교는 1982년 병설유치원까지 문을 열면서 명실상부한 하천지역 어린이 교육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 후 급식소 건립 등 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했으나 다른 농어촌지역 초등학교처럼 이농현상 등으로 취학 아동수가 급격히 줄면서 결국 2001년 2월 16일 제33회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학교 문을 닫게 됐다. 이후 인근의 가시초등학교, 화산초등학교와 함께 2001년 3월 한마음초등학교로 통합됐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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