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잘 세운 정책 하나가 지하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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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책을 잘 세워 놓으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무심코 지나쳐버린 정책은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제주 지하수를 보전하는 정책도 길목을 잘 지킬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도 비료와 가축분뇨와 농약이 오염되는 길목을 잘 막는 정책이어야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비료에 의한 지하수 오염은 질소비료 때문이다. 질소비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속효성과 지효성 비료이다. 속효성은 농경지에 뿌리자마자 질산성질소로 변하고 잽싸게 지하수로 내려가고 작물이 흡수할 기간도 짧아진다. 그러니 자주 주고 많이 주어야 하고 지하수 오염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니 속효성비료를 줄이고 지효성비료를 늘리면 그 만큼 지하수 오염 걱정도 줄어든다.

지효성 중에 대표적인 비료가 ‘질산화억제제(엔텍)’이다. 이 비료는 질산성질소로 변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지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양도 줄어든다. 당연히 비료를 적게 주어도 효과가 크다. 우리 도에서 사용하는 질소비료의 일정량을 ‘질산화억제제(엔텍 등)’ 함유비료를 사용하도록 정책만 세우면 비료에 의한 지하수 오염은 한시름 놓아도 된다.

가축분뇨에 의한 지하수 오염도 큰 문제이다. 그동안 수많은 정책을 세우고 지원을 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분뇨처리 시스템도 지원해봤고, 분뇨 자원화 사업도 지원해 봤고 공동처리시설도 구상해 봤지만 지하수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가축분뇨 처리는 장사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쉽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가축분으로 만드는 퇴비의 양은 약 200백만 톤이다. 이 양은 20kg 기준으로 1억만 포대이다. 이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4,000억 원 가까이 된다. 이 중에 제주에서 사용하는 퇴비의 양은 적어도 5백만 포대는 넘는다. 그러나 도내에 그럴듯한 퇴비회사는 3∼4개에 불과하다. 퇴비회사를 잘 지원하는 정책을 세우면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밤을 새며 가축분으로 퇴비를 만들고 그만큼 지하수 오염도 줄어들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친환경농업과 연계하여 연간 포대 당 1,000원 씩 60만 포대의 퇴비구입비를 지원한다. 2백만 포대만 지원할 수 있으면 너도나도 퇴비공장을 만들고 가축분뇨도 처리하고 고용창출도 될 것이다.

공동처리시설을 퇴비사업자와 연계하면 금상첨화이다. 공동처리시설을 공무원이나 관련 농협이 시행하는 것보다 열심히 일을 하면 그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개인업자와 연계해야만 실패가 없다.

잘 세운 정책 하나로 지하수 오염 걱정을 줄인 예도 있다. 농약에 의한 지하수 오염방지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시행조례 51조 2항에 농약의 공급 및 사용고시」할 수 있도록 하고 수자원본부가 ‘04년 가을부터 지하수 오염 위험성이 큰 메탈락실(metalaxyl)과 브로마실(bromacil)과 카보후란(carbofuran)의 사용과 공급을 제한했다.

이 중에 메탈락실과 브로마실을 공급하는 회사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아무 소리 못하고 공급을 중단했다. 카보후란은 이의 제기 중이다.

이 정책 하나로 국내외 농약회사는 제주에는 지하수 오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농약은 절대로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조심한다. 잘 세운 정책 몇 구절이 백 사람의 수고를 덜은 셈이다.

지하수를 보전하기 위한 정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좋은 정책도 복잡하고 어려우면 실행하기가 어렵다. 지하수 오염의 핵심을 간파하고 오염이 길목을 막을 수 있어야 좋은 정책이다.<현해남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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