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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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글쎄, 천국에 가보지 않아서 그곳에 부자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겠다. 천국이 가난한 이로 가득 찼다면 천국 자체가 가난한 곳이라 해도 되겠다. 성경은 아마도 교회나 성직자, 신도들이 재물을 탐하는 것을 두려워하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글귀를 새겼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화제를 몰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전부터 빈자의 교황이거나 가난한 이의 이웃으로 지구촌에 알려져 있다. 그는 부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난을 편애하는 교황이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도 빈자들의 성인으로 불리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에서 따왔다고 한다. 거상의 아들인 성 프란치스코가 재산들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자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상속권을 박탈해달라고 아시시 시청에 제소한 적이 있다.

이에 성 프란치스코는 내의까지 벗어 아버지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무소유로 살며 신만을 의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황은 이 성 프란치스코의 뒤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지난해 7월 교황청 밖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했다.

장소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 이곳은 튀니지나 리비아인 등 가난과 정치 불안을 피해 유럽으로 가는 북아프리카인들의 경유지다.

그러나 작은 배안에 많은 사람들이 타다보니 배가 침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섬에 북아프리카인들의 시신이 쌓이기 일쑤였다.

교황은 이곳에서 물질만능과 생명 경시를 질타하며 세계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교황은 가난을 편애하면서도 교회 개혁을 주도하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올해 6월 교황은 마피아의 파문을 선언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범죄 집단 마피아의 본거지 중 한 곳인 칼라브리아주에서 미사를 열고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는다”며 “마피아 단원들은 파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유내강형의 제266대 교황이 지난 14일부터 오늘(18일)까지 서울과 대전, 충남 당진과 서산, 충북 음성 등을 돌며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 가난한 교황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종교도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종교는 가난한지, 성직자들은 가난한지, 종교시설은 가난한지 등을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는 부자 성직자들이 너무 많고 종교시설도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부자 성직자들이 낙타처럼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운지, 그렇지 않은지는 논외로 치고 말이다.

박상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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