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화성(火星)에 서서 보는 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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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고교 1학년용 역사교과서부터 고조선의 건국과정을 공식 역사로 편입하기로 정했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그러한 방침이 확정된 과정과는 별도로 그 교육적 효과가 의심받고 있다.

비록 ‘삼국유사’나 ‘동국통감’과 같은 문헌의 기술을 차용하여 단군의 고조선 건국을 기정사실로 확정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한반도의 청동기 보급시기를 최대 천년 앞당긴 것을 통해 보더라도 국가권력이 앞장서서 무리수를 둔 게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한반도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 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지만, 이러한 방식의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르며 그 근거도 대단히 미약하다고 하겠다.

얼마 전 중국의 창춘(長春)에서 열렸던 제6회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비롯된 웃지 못 할 해프닝은 실증적 근거를 결여한 관련 노력들이 얼마나 커다란 소모적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장백산은 중국의 영산’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편 주최측 중국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상식장에서 ‘백 두 산 은 우 리 땅!’이라는 카드섹션을 하였는데, 중국의 누리꾼들이 그 장면을 담은 언론보도 사진 가운데 나타난 카드의 문구를 ‘화 성 도 우 리 땅!’(火星也是我們的!)이라고 포토샵 처리하여 인터넷에 널리 유포함으로써 양국의 젊은이들 간에 점화된 역사인식의 갈등은 말 그대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복잡한 주변 환경 속에서 학구적 토의와 문화적 교류를 통해 다져가는 양국의 우정이 어느 순간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게 하는 대목이었다.

6자회담의 타결을 계기로 동북아의 긴장국면이 한숨을 돌리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고, 특히 연말로 예정된 이른바 대선 정국을 앞두고 온 나라가 그곳으로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라서 자칫 안팎으로 얽혀드는 동북아의 평화와 공존 테제가 다른 관심 사안에 가려져 흐려질까 걱정이 앞선다.

올해도 주변국의 사정이 결코 안정적이거나 한가하지 않다.

북한은 핵폐기를 통한 미국, 일본과 국교정상화 과제를 결론내야 하며, ‘228사건’ 60주년을 맞는 중화민국(대만)은 독립국가 아젠다를 결론지어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해야 하고, 미국과 일본은 이른바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새로운 우방국 시기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은 오는 7월 7일로 예정된 ‘중일전쟁 70주년’과 8월 1일로 예정된 ‘건군 80주년’을 계기로 시장경제 사회주의 강국으로서 세계질서에서 새로운 위상 확보라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2007년 올해 주변국의 정세를 찬찬히 살펴볼 때, 올해야말로 21세기 동북아의 평화와 공존을 가르는 중요한 해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젊은이들의 ‘화성(火星) 패러디’가 이어진 후, 얼마 전 화성궤도탐사선인 ‘마스 리커네이선스 오비터(MRO)’가 전송해온 화성의 진짜 사진 한 장이 과학전문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 된 바 있는데, 생명의 폐허가 역력했다.

화성의 폐허를 고조선의 폐도에 비추는 혜안이 필요하다.

편협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의 길을 떠나 지구의 사막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 황사(黃砂)를 막고,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인류적 대업을 주변국들과 함께 계획하는 2007년 봄을 맞아야 할 일이다.

일찍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총지휘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라는 외교의 원칙을 시시로 훈시하였다고 한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 하되, 세계 시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길만이 주변국으로부터 널리 오랫동안 환영받을 수 있는 법이다.<신의경 제주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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