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나이티드와 징크스
제주유나이티드와 징크스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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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도 이런 악연이 있을까.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가 또다시 서울과의 경기에서 승수를 쌓는데 실패했다. 제주는 지난 일요일(8월 31일) 열린 원정경기에서 서울과 0-0으로 비겼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제주는 2008년 8월 이후 서울전 20경기 연속 무승(8무 12패)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서울 징크스’라는 말로 밖에는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같은 ‘서울 징크스’는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기록을 뒤지다보니 역설적으로 제주에게 ‘부활의 해’로 기억되는 2010년이 눈에 들어온다. 박경훈 감독은 2010년 부임과 동시에 연고지 이전 후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제주를 일약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그 해 챔피언 결정전 상대가 바로 서울이었다. 1차전 홈경기에서 제주는 2-0으로 앞서가다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해 결국 무승부를 기록했다. 2차전에서도 제주가 먼저 골을 성공시켰지만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이길 수 있었던 상황에서 아쉽게 물러섰던 게 결국 ‘징크스’로 굳어지는 단초가 되지는 않았나 하는 뒤늦은 생각이다.

그러나 ‘서울 징크스’가 무조건 부정적인 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제주팬들에게 서울전은 손꼽아 기다리는 경기로 자리 잡았다.

K리그의 ‘팬 프랜들리 클럽상’을 처음 수상한 팀답게 제주구단도 서울전을 ‘타깃매치’로 선정,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탐라대첩’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전투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이목을 집중시켰고, 올해는 배우 김보성의 CF로 열풍을 몰고온 ‘의리’를 내세워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화룡점정은 군복 의상과 의리 의상으로 분장한 박경훈 감독의 몫이었다.

선수들은 심리적 부담 속에서도 해마다 홈에서 명승부를 연출했다. 2012년 7월 제주는 서울에 2-0으로 앞서나가다가 역전패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극적으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제주와 서울 양 팀이 모두 8골이나 터뜨린 2013년 5월의 탐라대첩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전반 초반 서울에 2-0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제주는 3-2로 역전한데 이어 추가시간이 주어진 후반 47분 재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목전에 뒀다. 그러나 후반 48분 통한의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난 7월의 경기 역시 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인 한 판이었다. 후반 44분 서울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팬들을 열광시켰다.

구단과 선수단의 노력에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 화답했다.

서울과 홈경기에 2012년 1만6910명, 2013년 1만8751명, 2014년 1만6401명이 찾은 것을 비롯해 웬만하면 1만명은 기본으로 넘는다. 인구 60만에 불과한 제주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전국의 언론들은 “이제 제주는 더 이상 축구의 불모지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기록은 없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구단이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데 86년이 걸렸다. 국내 K리그에서도 서울이 부산 원정 징크스를 깨는데 6년이 걸렸고, 최근에는 전남이 2011년 이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전북을 물리쳤다.

제주의 지긋지긋한 서울 징크스도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피하지 못할 일이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징크스도 잘 활용하면 득이 될 수 있다. 마침 내일(6일) 전남과의 중요한 일전이 열리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팬들을 위한 DJ파티가 펼쳐진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화끈한 플레이를 구경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고 추석 연휴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홍성배 편집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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