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년 명월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거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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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월 팽나무군락 제주도기념물 제19호

‘고향’하면 생각나는 풍경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마을 어귀에서 저마다 걸터앉아 쉬거나 놀던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 마을 정자나무로 주로 쓰인 나무는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많은데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에는 팽나무가 마을 안을 흐르는 하천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가구 수가 수십 호에 불과한 조그만 마을이지만 울창한 팽나무 숲이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내를 따라 형성돼 있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팽나무는 제주에서 흔히 폭낭 또는 퐁낭이라 부른다.


어떤 땅에서든 까다롭지 않게 잘 자라고, 태풍에 부러져도 움이 잘 트는 성질이 있고 옮겨 심거나 콩알만 한 씨앗을 파종해도 잘 자라기 때문에 마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토수종(樹種)이다.


500년에서 1000년까지 오래도록 살기 때문에 전국에 보호되고 있는 팽나무 노거수(老巨樹)만 470여 그루에 달한다.


제주도에서도 성읍마을에 있는 팽나무는 거의 1000년을 산 것으로 오랜 시간 제주인들의 삶과 역사를 함께해 왔다.


이렇듯 오래된 나무가 전국에 많고 어디서든 잘 자라서 흔히 볼 수 있는 팽나무지만 명월리의 팽나무는 노거수 집단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어 옛날의 식물 식생 상태를 추리하는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학술적 가치가 높아서 1973년 4월 3일 제주도기념물 제19호로 지정돼 보호·관리되고 있다.


명월리의 팽나무군락에는 100~400년생 정도 되는 노거수 64그루가 계곡을 따라 숲을 이루고 있고, 50년 이상 되는 팽나무와 푸조나무까지 합하면 100여 그루나 되는 노거수가 잘 보존된 채로 자생하고 있다.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성 고목으로 붉은색 열매가 달린다.


요즘이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로 명월리 팽나무군락에도 콩알만 한 열매들이 많이 달려있어 보는 즐거움이 크다.


팽나무의 열매는 먹을 수 있어서 그대로 먹거나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한다. 목재로 건축, 가구 등에 쓰이기도 하지만 쉽게 썩는 성질 때문에 흔히 사용되지는 않는다.


팽나무의 잔가지와 나무껍질은 박유지(樸楡枝), 박수피(樸樹皮)라고 부르며 진통·요통·관절염·종기 등을 치료하는 한약재로 쓰기도 했고, 영·호남 지방에서는 팽나무의 싹이 나오는 것을 보고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점치기도 했다.


팽나무가 ‘팽나무’라고 불린 것은 아이들이 대나무 안에 열매를 넣고 대나무 대롱으로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쏘는 ‘팽총’을 만들어 놀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때론 엄숙한 당산목(堂山木)으로, 편안한 정자목으로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었던 나무이다.


100여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룬 하천을 따라 마을을 걷다 보면 마을 길목마다 떨어져서 자라는 오래된 팽나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래된 나무 아래 앉아서 쉬고 학교에 갔다 오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거의 추억과 함께 오랜 시골마을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팽나무군락이 마을 중심부에 있음에도 숲이 오래도록 보존 된 것은 나무가 잘 자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아끼고 보호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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