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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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5만원이에요. 갖다내세요.”

“자동이체를 하지 어떻게 매달 갖다내요?”

얼마 전 연금저축을 들었다. 설명에 의하면 연말에 세금도 공제해주고 이율도 괜찮다니 사무실을 자주 찾는 지인에게 부탁했다. 집사람은 시큰둥하며 매달 현금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자동이체를 하면 편할 텐데 10년 간 매달 5만원씩을 주겠다니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 될는지 모르겠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것은 일종의 경제적 예속이란 생각과 함께 얼마 전 읽은 일간지 기사가 생각났다. 최근 동창모임에 다녀온 주부 박아무개씨. 친구들에게서 웃기는 이야기를 실컷 들었다.

“나이 먹은 여자한테 꼭 필요한 네 가지가 뭔지 아니? 첫째가 건강, 둘째가 돈, 셋째가 친구, 넷째가 딸이란다.” “그럼 가장 필요 없는 것 한 가지는? 바로 남편! 귀찮기만 하지 쓸데가 없잖아.” “맞아. 그래서 요즘 안 쓰는 물건 내 놓으라고 하면 늙은 남편 내놓는단다.”

폭소가 터지면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요즘 남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아내가 해외여행 가자는 것과 이사 가자는 것이란다. “그래서 요즘 남편들, 이사 갈 때 따라가려면 강아지라도 안고 있어야 한다잖니.”

사실 요즘 우리 사회, 우리 가정을 이끌고 있는 것은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의 경제권은 특히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여자의 소유였다. 자녀 교육권, 집안 운영권도 부인의 뜻에 결국 좌우된다.

작년 내가 근무하던 남자학교에서 학부모회의를 했다. 100여 명의 학부모가 참가했는데 남자는 딱 세 분이었다. 명칭을 학부모회보다는 어머니회라고 부르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제 자녀의 교육권은 확실히 어머니에게 이양되었다. 경제력은 있어도 경제권이 없고 자녀교육에 발언권을 상실한 것이 현대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또한 어머니와 아이들은 똘똘 뭉쳐 즐겁게 살아가지만, 아버지는 정서적으로 소외되어 사회와 가족의 외톨이로 전락하고 있다고 사회는 느끼고 있다.

두란노아버지학교 등에 의하면, 아버지의 존경과 권위를 다시 찾으려면 아버지는 경제권을 찾아야 하고, 자녀를 돌보는 일 중 하나를 맡아야 하며,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아내는 자녀 앞에서 남편 험담을 하지 말고, 아이 생일 선물 사기 등 생각나는 지출은 남편에게 맡겨야 한다. 자녀는 아버지께 자주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고, 아버지에게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하고 자주 조언을 구하라고 한다.

서로의 이러한 노력으로, 고개 숙인 아버지 보다 힘 있는 어깨에 가슴 활짝 편 아버지가 있어야 좋은 세상이 아닐까?

이영운(수필가, 제주도교육청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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