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선진현장을 가다 - (7)미국(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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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3권 대표 주민이 직접 선출

-지방정부 다양한 자치권 행사
-주민 정책 참여, 판·검사도 뽑아
-주지사는 사명권, 시장은 경찰권
-지방대 지역인재 양성에 최선


지방분권은 지방의 권한 확대, 지역 균형발전, 지역인재 양성 등이 제대로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이 같은 ‘3대 분권’이 주와 자치단체(카운티 또는 시)마다 체계적으로 이뤄져 민주정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건강한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고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튼튼한 풀뿌리 조직에 기초하고 있는 셈이다. 연방정부에 위임된 국방, 외교, 통상 등의 일부 권한을 빼고는 자치단체가 모든 권한을 갖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노스캐롤라이나 더램의 경우 행정구역이 더램시와 더램카운티로 나뉘어 있다. 카운티내에 시가 속해 있어 시민들은 누구나 2개 자치단체에 속해 있다. 그러나 카운티와 시가 동등한 자치단체로서 영역이 다른 업무를 수행해 우리 나라와는 달리 자치단체 간 상하관계는 없다.

카운티 정부는 대개 주민들의 선거로 뽑힌 3~5명의 이사진(County Board of Commissioners)으로 구성되고 의장은 윤번제로 맡고 있다. 이곳에서는 카운티 교육청도 관장하며 지역적 특성교육을 실시해 명실상부한 교육자치도 병행하고 있다. 카운티 정부는 주정부를 대신해 사법행정을 집행한다. 여기서 사법행정이란 검찰권과 재판권을 말한다. 카운티의 최고 검찰권은 임기 2년으로 선출되는 카운티 검사다.

더램시의 지방법원 판사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 치안, 교통업무 등을 책임지는 보안관은 4년마다 주민투표로 선출되며 주민들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권한에 대한 지방분권의 목소리는 높지만 사법권에 대한 권한 이양은 아직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취재과정에서 큰 혼란을 빚을 정도로 제도상 차이가 심한 것을 느꼈다.

더램시는 주민들이 선출한 위원 6명과 시장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정책을 결정하지만 전문행정가인 시정관리인(City Manager)이 정책을 집행하는 체제다. 카운티와 시의 모든 정책이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간섭이나 감독은 극히 드문 일로 지방분권이 확실하게 이뤄져 있다.

이처럼 행정, 입법, 사법의 권한이 대부분 지방자치정부로 이양돼 있는 데다 시민들이 그들을 감시하고 선출하기 때문에 지방분권을 떠나 주민이 권력의 원천인 셈이다.

더램시의 경우 인구 24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동서를 횡단하는 I-40(LA~윌밍턴), 남북을 잇는 I-85(리치먼드~뉴올리언스), I-95(플로리다~메인주)의 주(州)간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 카운티가 마찬가지지만 지방이란 개념이 모호할 정도로 도로망이 잘 정돈돼 있는 등 지역 균형발전을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다.

더램카운티 주변에는 사립대인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더램 시립대 등이 포진해 있다. 이 대학들은 지역인재 양성은 물론 주민들에게 모든 것을 개방하고 있다. 더램카운티는 이들 대학과 연계, 미국내 최대 바이오산업단지인 ‘트라이앵글’을 조성해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다. 대학과 자치단체 간 상호협력의 결과인 것이다.

주민들의 이들 향토 대학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대학들도 주민들에게 모든 것을 개방하는 차원을 넘어 무료로 컴퓨터강좌, 외국어강좌, 취업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지역사회가 건전하고 튼튼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미국은 그야말로 중앙권한 이양과 지역 균형발전, 지역인재 육성의 3박자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훼잇빌시의 경우 전체 세입 중 세외수입(사용료, 수수료 등)이 61%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세원 발굴이 돼 있다. 연방 및 주 정부의 보조금 교부금은 17%에 이르지만 예산을 독자적으로 편성, 집행하는 등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앙정부의 간섭이 없는 편이다.

미국의 지방분권은 그 역사만큼이나 복잡하고 그 과정에서 주마다 독특한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지방분권을 가져온 지방자치제도는 연방정부가 아니라 50개 주정부가 각자 자신들의 역사와 필요에 따라 만든 것이다. 미 연방헌법 제10조 수정조항은 ‘헌법이 연방정부에 위임했거나 주(州)에 금하지 않은 권한은 주 또는 국민에게 유보한다’라고 밝혀 법적으로 지방분권을 확실하게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국방, 외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모든 권한을 지방에 넘겨준 상태다.

미국에는 지방정부가 8만7453개 있는데 이 중 45%인 3만9044개의 자치정부는 일반 목적의 정부이고 나머지 55%인 4만8409개의 정부는 특별 목적의 자치단체다.

일반 목적의 지방정부는 3043개 카운티정부와 3만6001개 서브카운티, 즉 시.보로.빌리지.타운.타운십으로 구성돼 있고 특별 목적의 지방정부는 지역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구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보조하는 특별구로 나뉘는 등 다양한 자치권과 함께 자치단체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재미있는 것은 인구 700만명이 넘는 뉴욕시 정부가 있는 반면 뉴저지주 테터보로처럼 인구 20명밖에 안 되는 초미니 정부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주민자치’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주지사는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도 갖고 카운티 의장과 시장은 경찰권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엄청난 대조를 이룬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정책참모를 지낸 듀크대 브르스 젠틀슨 교수는 “미국 지방단체 구조의 특징은 계층제가 없는 것으로 연방정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단지 권한을 위임한 주정부와의 관계뿐이며 이것도 상호협력관계지 상하관계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내 한국통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모든 권력과 경제, 교육 등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결코 이롭지 못하다”면서 지방정부가 튼튼해야 국가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권력은 주민들에게서 나온다. 우리나라도 이제 권력을 주인인 주민들에게 되돌려줄 때라고 본다. 지방분권으로 튼튼한 지방자치를 이룰 때 건강한 민주주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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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6사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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