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각하, 석양이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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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3일 오후 7시경 오스트리아 출신 등반가 헤르만 불은 히말라야의 낭가파르바트봉(8,125m)의 정상에 섰다. 그러나 불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정상을 정복한 환희는 한 순간이었고 이어서 밤이 빠르게 찾아왔다. 아이젠마져 없이 밤에 빙벽을 내려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는 긴장된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꼿꼿이 선채로 사투를 벌이며 밤을 새웠고, 날이 밝자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어데서 그런 힘이 생겼을까?

1977년 9월 15일 낮 12시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 흥분과 감격에 찬 고상돈의 외침은 암울한 시대 상황속에 있는 국민들에게 환희와 희망을 공유케 하였다.

1962년 9월 한국원정대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한 이래 15년만의 쾌거이다. 고상돈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가 정상에 태극기를 꽂고 성경책과 훈련 중 희생당한 대원 3명의 사진을 함께 묻고 사진을 찍었으니 그 영광은 지구와 함께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

고상돈은 1979년 5월 29일 오후 7시 15분 북미 알래스카의 매킨리봉(6,194m) 등정에 성공하고 8시경 하산 도중 6,000m지점에 있는 빙벽에서 실족하여 600m를 추락하였다. 에베레스트보다 더 험난한 매킨리를 정복하면서 너무 시간에 쫓긴 것이다. 영광스럽지만 너무 아쉽고 아깝다.

누구든지 정상에 오르는 일은 경이로운 감동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경이로운 감동은 시간의 연속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체없이 정상을 내려와야 한다. 특히 석양이 가파르게 내려갈때는 어물어물하거나, 딴전을 피우고 호들갑을 떨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는 일은 엄청나게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하산하는 일은 몇갑절 더 위험한 과정이다.

고상돈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무사히 하산한 것은 시간의 넉넉함 때문이었다. 그가 매킨리에서 변을 당한 것은 시간 때문이었다.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자신과 자신의 측근 모두가 놀랐겠지만 더 놀란 것은 국민들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였다. 그 놀람의 농도만큼 지난 4년동안 국민이 겪은 고통은 기억하고 싶지 않을만큼 크고 진한 것이었다.

노대통령께서는 지난 4년동안 성공적으로 모든 일을 잘해냈다고 자체평가를 하고 있다. 그걸 누가 말리겠는가.

그렇지만 이 모든 어제들을 뒤로한 채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석양은 힘을 잃은 채 가파른 속도로 내려가는데, 10년, 20년 후에 할 일까지 새로 장판을 벌리고 있으니 어찌 아니 답답하겠는가!

5년, 10년 후에 할 일은 그때의 대통령에게 아예 맡기고 서둘러 안전하게 하산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제발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들을 가슴 조이게 하는 아슬아슬한 연기는 이제 확실히 접을때가 되었다.

깎아지른 빙벽을 조심조심 잘 내려와 국민들을 좀 안도케하여 줄수는 없는가. “각하, 석양이 가파르게 내려갑니다. 이제부터라도 겸손하고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김영준 제일행복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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