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경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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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학 제주대 교수/지리교육 전공/논설위원
제주의 자연경관은 세계자연유산의 등재와 올레길 열풍에 힘입어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이 국내를 뛰어넘어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제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자연경관이 부각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문화경관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

제주에는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제주민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경관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돌담, 민가, 옛길, 본향당, 도대불, 불턱, 원담, 거욱대, 경지경관, 묘지경관, 국방유적(봉수, 연대, 진성, 환해장성), 목마장유적 등이 제주의 전통적인 문화경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경관은 제주라는 고유한 풍토에서 형성된 것으로 제주문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제주다움의 정수를 지닌 것으로 교육·관광자원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제주의 다양한 문화경관 가운데 일부는 문화재로 지정, 보호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체계적인 관리에서 소외되어 있다. 제주 목관아지와 같은 일부 유적지는 관아건물까지 복원하여 교육이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고, 정의읍성과 대정읍성도 내부 관아시설까지 복원할 계획이라 한다. 그러나 읍성과 더불어 중요한 성곽 유적인 진성은 대부분 훼손되어 사라지고 명월진, 별방진 같은 일부 진성이 부분적으로 복원되었을 뿐이다. 일부 복원된 연대나 환해장성의 경우도 원형과는 다른 모습으로 복원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제주에 정착하는 이주민이 늘어나고 중국 자본과 같은 외지 자본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대형 숙박시설 및 관광 관련 시설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제주 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 도처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주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제주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개발의 여파로 기존의 전통적 문화경관이 훼손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전통적 문화경관은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제주인의 소중한 유산이다. 이 유산이 한번 훼손되면 원형을 복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훼손은 쉽지만 훼손된 것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세대에서 당장 눈앞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없애버리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의 전형이다. 과거 새마을운동 시기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워 소중한 문화경관을 파괴했던 사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문화경관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어서 좋은 참고가 된다. 문화재로 인식되는 중요한 유물·유적지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업활동 속에서 만들어진 산업경관도 중요한 문화경관으로 다뤄지고 있다. 논밭, 과수원을 비롯하여 포구, 광산, 공장터 등이 문화경관의 범주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문화경관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보존, 관리의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 주변에도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경지패턴, 밭담, 논배미, 조선시대 과원 및 근대적 감귤 재배지 등과 더불어 어업 활동과 관련된 원담, 염전, 도대불, 전통포구, 해신당, 그리고 근대 산업과 관련된 공장, 항만시설, 교통시설 등 가치 있는 문화경관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은 문화재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화경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더불어 관리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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