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이승에 어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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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간성을 드높이기 위한 필수조건은 감사하는 마음과 솔직한 반성과 과욕을 삼가는 것이 아닌가한다. 탐욕은 우리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심신을 해치며, 우리의 생활을 그릇되게 이끄는 독(毒)이 된다. 부처께서는 이러한 욕심에 사로잡히기 쉬운 인간의 행태에 대해 다음같이 설파했다.

‘가을이 한창 깊어가는 어느 날, 차가운 바람까지 부는데 한 나그네가 급히 집으로 가고 있었다. 문득 발아래를 굽어보니 하얀 것이 잔뜩 쌓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사람의 뼈였다. 왜 이런 곳에 사람의 뼈가 있는 것일까 하며 왠지 이상하고 으스스한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갈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았는데 앞에서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왔다. 그는 재빨리 발길을 돌려, 오던 길을 되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참 도망치다보니 절벽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낭떠러지 아래는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요, 뒤로는 호랑이가 있었다. 진퇴양난인 그는 벼랑 끝에 있는 소나무로 기어올랐다. 호랑이도 발톱을 세워 나무를 향해 달려왔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옆에 있는 나무 넝쿨을 잡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넝쿨은 도중에 잘라져버렸고, 그는 허공에 매달리 게 됐다. 위에서는 호랑이가 노려보고 있고 아래는 집어삼킬 듯한 거센 파도가 일었으며 빨강, 검정, 파랑색의 세 마리 용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그를 받아먹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넝쿨의 뿌리를 흰 쥐와 검은 쥐가 갉아대고 있었다. 사면초가인 상황에 그는 쥐들을 쫓아야 한다는 생각에 넝쿨을 흔들었다. 그랬더니 어떤 액체가 뺨에 떨어져 핥아보니 달콤한 벌꿀이었다. 넝쿨의 뿌리 쪽에 벌집이 있어 흔들 때마다 꿀이 떨어진 것이었다. 그는 그 달콤한 꿀맛에 빠져버렸다. 호랑이와 용의 위협 속에 단 하나 의지가 되는 넝쿨을 쥐가 갉고 있다는 상황을 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렇게 나그네는 계속해서 하나뿐인 명줄을 흔들었고, 떨어지는 단 꿀을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석가는 이것이 바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실상이라 했다. 심각한 위기에 쫓기면서도 달콤한 꿀맛을 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것이 인간들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 했다. 사람은 끊임없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생에 매달린다.

그러나 이는 넝쿨 하나 정도에 불과한 약한 것이다. 넝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닳아 없어지고 우리는 나이가 들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데 자신의 수명과 생명을 줄이면서까지 탐욕인 꿀을 탐한다는 것이다.

다른 얘기지만 일본의 야담(野談)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어느 두 젊은 남녀가 사랑에 푹 빠져 결혼을 언약하고 남자의 부모에게 허락을 받으러 갔다. 허나 체신 있는 집안인지라 백정집안의 딸인 그녀를 며느리로 받아드릴 수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무려 열 번 이상을 두 남녀는 눈물로 애원하며 간청했으나 완강히 반대하자 봄꽃 흐드러지게 피는 어느 깊은 밤, 청년의 집 동네 인근 숲 벚나무에 둘이서 목을 매어 죽고 말았다. 사후에 둘이 저승에서 백골이 된 채로 만났다.

너무 반가워 서로 부둥켜안고 두 뺨과 몸을 서로 부벼댔다. 뿌드득 뿌드득 뼈와 뼈가 맛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이는 무엇을 암시하는 내용일까. 살아서 인간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동안 둘이서 먼 곳으로 도주라도 해서 행복하게 살 일이지 죽어 백골 되어 만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는 뜻이 아닐까. 사랑도 열심히, 그 밖에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매사에 성실히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만 저승에 가서도 후회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리라. 지금 우리는 과연 모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는가, 어떤가. 스산한 봄밤에 한 번 곰곰이 되뇌어 볼일이 아닌가 한다.<제주산업보대학 교수 서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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