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인
분홍빛
한 자락이
날아가 길이 되듯
텅 빈 하늘 한 쪽
휘파람새로
와서 울듯
한 생生이
까맣게 익어
톡톡 튀는
저것 봐
'꽃들의 수사修辭'는 김 시인의 첫 시조시집의 표제이다. 그 꽃들은 김 시인의 시 소재가 된 제주의 수선화를 비롯한 왕벚꽃, 장다리꽃, 등등 제주 토속 꽃들이다. 꽃들은 원래 아름답고 향기로움을 상징하는데, 여기에 꽃들의 수사라니 무엇을 어떻게 더 꾸밀 것인가? 나는 이 시편을 통하여 꽃들이 여는 길에는 빛깔과 향기 말고도 새의 울음을 정연하게 끌어들인 청각적 이미지에 꽃들의 다른 길이 있음을 알았다. 한 생이 잘 여물어 ‘톡톡’ 튀는 소리가 휘파람새 울음으로 들릴 때 그 삶은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여기에 생각이 머물면 봉숭아 꽃물들이던 분홍빛 소녀의 때 묻지 않은 순정이 떠오른다.
<김영기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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