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MBC 창사특집 드라마 ‘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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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울음을 깨워 슬픔을 먹게 하고/ 바람의 울음을 깨워 천년을 걸었다네./ 파도의 울음을 깨워 또 천년을 걸었다면/ 백의의 한숨을 깨워 눈물을 먹게 하였다네.’ 알 수 없는 잠시 머리에 머물고 있는 시구(詩句)라 여겨보자. 어쩌면, 4300여 년 간 우리 민족사의 한 모퉁이를 걸어가고 있는 덮쌓인 한과 시름이 눈에 선하게 접근케 하는 회한일 수도 있다.

우리는 고조선의 존재가치와 고구려의 건국역사를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 3사가 한결같이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소재로 한 MBC의 ‘주몽’이나 고구려 역사를 다룬 SBS의 ‘연개소문’ 그리고 발해사를 소재로 한 KBS의 ‘대조영’은 최근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작업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대응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주몽’이란 드라마는, 전설에서 역사로 이어지는 특이한 시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시청자들의 관심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천재의 아들인 해모수 장군은 하백의 딸 유화와 정을 통하여 주몽을 낳았지만 그는 오직 고조선 유민들을 구출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한 평생을 보낸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한나라 태수의 계략과 대소 용포왕자의 패권 싸움에 해모수는 처참하게 희생된다. 시신은 절벽암반 위를 원했다. “지친 독수리의 먹이라도 되어 잃어버린 조국 땅을 지켜보겠다.”고 말한다. 해모수의 정신이었다. 여기서부터 주몽의 지혜와 총명은 그 존재가치를 지니게 되는데 권력의 속성은 예나 다름없이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 역사는 지리적으로 한(漢)나라나 수(隋)나라 그리고 당(唐)나라의 굴레에 있으면서 속박이 두려워 불안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던 것이다. 결국 황족보존을 위한 집착이거나 간신들의 사고와 권력의 실세들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 백두산 등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있었다. 압록강 물길을 따라 옛 고조선 땅을 지나면서 그 심회나 울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이다. 그래서 유행가 ‘두만강’을 부르면서 두고 떠나는 마음을 눈물로 대신했었지만 어째서 우리의 역사는 이렇게 당하고만 살아왔던 것일까? 한민족 혼이 깃든 곳, 하염없는 슬픔이 앞을 가렸다.

‘낙엽지고 기러기 남쪽 가니/ 강은 북풍 맞아 점점 추어온다.’ 덜된 기억이지만 머리에 이어지는 한숨 그대로 뇌이어 보면서 이제 다시 민족적 사랑으로 엮어 접근하기로 했다. 그렇다. 그것도 한국적인 정서와 애정으로 민족적인 애민정신을 꾸며보는 것도 좋을 상 싶다. 역사란 과거로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현재의 과제로 돌아오는 귀환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진지하게 들린다. 주몽은 삼족오의 비밀을 타면서 고구려를 건국했지만 그러나 소서노와 예소야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국적인 사랑이나 희생의 스토리는 너무나 애절한 것이었다.

특히 죽음을 마다하면서 주몽을 찾아간 예소야와 아들 유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고구려의 건국과 함께 소서노와의 혼례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이 상황을 지켜보다말고 조용히 돌아서는 예소야의 슬픔과 눈물은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사랑의 희생 그 자체였다. 뒤늦게 알아차린 소서노 역시 결국은 왕후의 자리를 양보하면서 남으로 길을 떠나고 만다.

이제 장대한 서사드라마 ‘주몽’은 막을 내렸다. 선 굵은 남성적 캐릭터와 섬세한 심리묘사까지 조화시켜 우리를 붙잡고 있었던 사극이었다. 애민정신 그 자체였다. 바로 민족정기를 승계시킨 훌륭한 드라마인 것이다. 자성 성찰 그렇다, 권력은 순간에 불과한 것이었다.<신승행 전 제주산정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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