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영감으로부터 탄생하는 향수
자연과 영감으로부터 탄생하는 향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166> 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누가 봐주지 않아도 오솔길에서, 고마운 돌들의 틈에서 최선을 다해 올망졸망 자신을 드러내는 들꽃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고, 우리의 관심과 손길과 호흡이 머물게 됨으로서 의미있는 꽃이 되고, 향이 되고, 인간 삶의 동반자가 된다.


옛날의 성직자들은 다양한 식물들을 태워 향을 창출했다. 그들은 이들 냄새을 품고 있는 연기가 그들의 기도를 신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믿었다. 일상 생활에서 처음으로 향수를 이용한 민족은 이집트인으로 알려져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Mark Antony)를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배에 향수를 흠뻑 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에 유행하던 향료로는 무스크(musk), 쟈스민(jasmine), 시트러스(citrus)류 등 이였다. 18세기 루이 15세(Louis XV) 시대에는 향수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오늘날 사용하는 향료물질의 종류는 다양하다. 자연을 숨쉬게 하는 식물은 고유의 향을 품고 있다. 인간이 부단히 노력해도 천태만상인 이들의 향을 그 대로 모방할 수는 없다.


현재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향료가 수없이 많지만 최고 수준의 것은 천연으로부터 추출한다. 4-히드록시페닐 부타논(4-hydroxyphenyl butanone)은  딸기향, 유제놀 메틸에테르(eugenol methyl ether)는 소나무 향, 메틸 2-노니노에이트(methyl 2-nonynoate)는 바이올렛향, 쿠마린(coumarin)은 여름철 잔디냄새를 발하는 화학물질이다.


흰 붓꽃 뿌리에서 추출하는 오리스 버터(oriss butter)는 농도가 묽을 때는 향기를 선물하지만 진할 때는 멀리 하고픈 추한 향으로 변신한다. 이처럼 화학자의 마음과 기술에 의해 한 소재가 다양한 향기와 색깔과 형태로 표현될 수도 있다.


사향노루로부터 천연 무스크(musk)오일을 추출·이용한다. 오늘 날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무스크를 대량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향고양이(civet)의 땀샘에서도 동물향이 배출된다. 이 향은 미량으로도 성적 자극을 유발하며 현대 향수에  최초로 사용된 천연 동물향이다.


향수는 다양한 동·식물, 그리고 수많은 동기와 배경의 바탕 위에서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 화학자의 손길에 의해 탄생한다. 트렌치코트로 알려진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의상 뿐만 아니라 개성있는 향수로도 사랑받고 있다. 새로운 향수 ‘마이 버버리(My Burberry)’가 올 9월 초에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되었다.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은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을 머리 속에 담고 향을 창출했다. 그리고 비가 온 후 촉촉이 젖은 런던의  한 정원에서 품을 수 있는 싱그러움을 다채로운 향으로 표현했다.


이 향수는 톱 노트(top note)에 스위트피(sweet pea)와 베르가모트(bergamot) 향, 미들 노트에 제라늄과 모과, 그리고 프리지어 향, 마지막으로 라스트 노트에  비에 젖은 다마스크 로즈(damask rose)와 캐비지 로즈(cabbage rose) 등의 장미 향이 장식되었다. 천연 재료인 이들의 싱그러운 꽃 향기가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한 인간의 개성과 품격을 표현한다.


베르가모트 오일은 이탈리아 민속 의학에서 치료약으로 취급되었으며, 16세기부터는 유럽의 여러 허브 관련 책에 살균제와 해열제로 기록되었다. 이것은 나폴레옹 시대에 향수로 각광을 받았으며, 고전적인 화장수인 오 데 코롱(eau de cologn)의 핵심 성분으로 쓰였다.


이 베르가모트 오일은 신경계를 조절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신경성 우울감과 불면, 근심, 폭발적인 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억눌린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