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협상단에 감귤류를 FTA 협상품목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해왔던 제주도와 생산자 단체 등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미 FTA는 오렌지의 경우 국내산 감귤류 유통기간인 9월부터 2월까지는 현행 50%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되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은 계절관세 30%를 7년간 적용한 뒤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또 이 기간동안 무관세 쿼터(저율관세할당·TRQ)를 미국에 부여해 연간 오렌지 수입물량의 6%에 해당하는 2500t에 대해서는 관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더욱이 오렌지 농축액의 경우 즉시 관세를 전면 철폐키로 함으로써 제주감귤 가공산업은 그야말로 한방에 주저앉게 됐다. 이 뿐만 아니라 만달린의 경우 현행 144% 관세를 점차 줄여가면서 15년 후 완전 철폐한다.
제주감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한 상황이다.
국내 감귤의 유통기간으로 정해 현행 50%의 관세를 유지키로 한 기간설정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마땅히 미국 오렌지 집중출하 시기인 12월부터 5월까지로 규정할 일이지, 어떻게 해서 9월부터 2월까지로 합의했는지 안타깝다. 또 미국에 제공한 무관세 쿼터는 매우 심각하다.
어떤 수입물량을 기준으로 연간 수입물량의 6%인 2500t을 무관세 한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수입물량 증가에 따라 무관세 쿼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9월∼2월 50% 관세 유지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문제는 계절관세 30% 마저 폐지돼 관세가 완전히 폐지되는 7년 이후의 일이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면 비준 첫해부터 감귤농가의 줄도산 사태가 하우스 감귤에서부터 시작될까 두렵다.
한-미 FTA는 협상이 타결됐다고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이 협상결과는 국회와 국민이 그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FTA가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원점에서 판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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