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새각시 고운 중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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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8> 김정자 시인

옛말에 ‘놈의 밥사발이 높다’는 말이 있다.
높이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것은 더 좋아 보인다는 의미이다.

 
‘왜 나는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지?’
평생 땅 속에서 살아가던 두더지가 어느 날 변신을 꿈꾸며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 두더지의 신붓감을 찾아 나선다. 땅 속에 같이 살고 있는 평범한 두더지들과는 결혼시킬 수 없어 두더지 아빠는 귀한 아들의 신붓감으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늘을 찾아가 내 아들과 결혼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하늘은 고개를 저으며, “나는 땅을 덮어 감싸며 온갖 생물을 자라게 하니, 나보다 나은 것이 없지요. 하지만 구름이 나를 가릴 수 있으니 구름만은 못해요.”


이 말을 듣고 아빠 두더지는 구름을 찾아갔다. 하지만 구름도 고개를 저으며, “나는 해와 달과 하늘을 가려 세상을 어둡게 할 수 있지만 바람이 나를 흩어버리면 바람만 못해요”라고 답했다.


아빠 두더지는 ‘아하! 그러고 보니 바람이 더 훌륭하군’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람을 찾아가 아들과의 결혼을 제안하자 바람도 고개를 저으며, “나는 큰 나무를 꺾고 산과 바다를 흔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 들판에 우뚝 서 있는 돌미륵만은 쓰러뜨릴 수가 없지요”라고 했다.


돌미륵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바람의 말을 듣고 두더지는 이번에야말로 아들의 배필을 찾았다고 생각하며 돌미륵을 찾아가 정중히 아들과의 결혼을 부탁했다. 하지만 돌미륵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들판 가운데 서서 천년이 지나도 꿋꿋이 서 있을 수 있지만, 두더지가 내 발밑의 흙을 파내면 넘어지니 내가 두더지만 못해요.”


그 말을 들은 아빠 두더지는 무척 놀랐다. 하찮게 생각했던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두더지들은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돌미륵보다도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즐거워했고 결국 두더지 아빠는 자신의 아들을 두더지 처녀와 결혼시켰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옛날이야기 ‘두더지의 신붓감’의 내용이다. 이야기할머니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 어른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요약해 옮겨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출세를 하면 넘어가면서도,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출세하면 시기심으로 그 사람을 끌어내리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들은 대개 좋은 것, 대단한 것은 항상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로마제국의 마지막 번영을 이끌었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은 참으로 이상하다. 동시대에, 같이 살아가는 자에게는 결코 칭찬하지 않으려 들면서 오래 전에 죽어, 결코 볼 수 없는 자에 대해서는 대단한 가치를 부여한다.’


옆에 있는 것, 가까이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힘들고도 위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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