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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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하이테크 러브레터 전성시대다.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이용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연인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메시지 내용도 간결하고 감각적이다.

이를 테면 “사랑해”의 경우 영문표현인 “I love you”를 줄여 “ILY”로 하는 식이다. 자극적인 성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닭살문자’의 등장인 셈이다.

연애편지의 내용과 방식이 전자시대의 특성에 맞게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구구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종이 연애편지는 이젠 구식이 된 셈이다.

오히려 희귀종이 됐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 희귀종 가운데 ‘껍데기는 가라’ ‘4월은 갈아엎는 날’ 등의 시편으로 1960년대 한국문단을 이끈 신동엽(1930~1969) 시인이 부인과 나눈 연애편지가 지난해 이맘때 미망인에 의해 공개된 적이 있다.

“아무리 쓰고 또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아 날마다 두세 차례씩 써선 버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언 오늘이 나흘 째. 막상 봉투에 접고 봉을 할라치면 쓴 내용이 하나도 마음에 차지 않아 도로 꺼내서 한 가닥 찢어 버리곤 하게 됩니다.”(1954년 5월 12일)에서 보듯 그가 남긴 편지글은 지고(至高) 지순(至純)한 사랑의 열정 그 자체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도 어렵던 시절이라 아호를 정해 부르곤 했다는 이들의 연서(戀書)는 지금 읽어도 어제 쓴 글처럼 꿈틀대며 가슴 깊숙이 방망이질 쳐온다.

▲외신도 최근 희귀종을 전하고 있다.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대문호(大文豪) 어네스트 훼밍웨이(1899~1961)와 독일의 미인배우 마를린 디트리히(1901~1992)가 10년 동안 주고받은 연애편지가 공개돼 화제라고 한다.

이 둘은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지만, “당신의 사진을 내 침실로 옮겨놓고 하염없이 쳐다보곤 한다. 당신과 영원한 키스를 나누고 싶다. 더 이상, 더 깊게, 더 길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한다”는 디트리히의 고백에서 보듯 둘은 편지글을 통해 불타는 사랑을 고백했던 것이다. 이렇듯 희귀종이 돼버린 연애편지는 연인들의 진솔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로써 서로를 향한 강렬한 정감은 더욱 깊어간다.

그 정감은 훗날 문학의 언어로 거듭날 터이다.

하지만 현실은 연애편지글 문화가 퇴색돼 간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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