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제주시론] 한미 FTA와 제주 감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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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협상이 타결되면서, 그 내용을 두고 손익계산이 한창이다. 제주감귤산업을 살리려고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협상장소를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제주농업을 대표하는 몇 분은 삭발까지 하면서 버티었는데도 그 결과는 최악이었다.

선거에 표 계산이나 하는 정치논리에 밀려 사과나 배보다 훨씬 못한 결과였으며, 더욱이 농축오렌지주스의 관세폐지는 제주감귤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시행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뉴제주운동과 더불어 새로운 제주를 건설하겠다는 제주도민의 의욕도 한풀 꺾이는 게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고 타결된 한미 FTA 내용을 두고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제주지역 국회의원이 나서서 국회비준을 제지하겠다거나, 협상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는 어딘가 공허해 보인다. 협상과정에서 강력히 밀어붙여야지, 타결이 되고나서 뒷북치는 게 타당한 일인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FTA협정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보다 앞으로 진행될 중국과의 FTA협상일 것이다. 제발 이 정부에서 서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고, 오렌지 수입의 확대는 시설농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생과용 온주밀감에는 예상만큼의 피해가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온주밀감주스의 판매부진이 예상보다 빨리 오고 있으며, 감귤가공박의 처리문제와 더불어 미국산 오렌지주스의 수입확대는 제주감귤 가공산업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감귤유통조정명령제의 지속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제주도특별법으로 규제하면 어느 수준까지 출하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가공산업이 무너지고 나면 10만 톤이 훨씬 넘는 비상품감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표심에 밀려 출하통제가 풀리는 날에는 감귤산업 기반이 흔들릴 것이다.

어차피 다가올 변화의 물결 속에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정부로부터 가능한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며, 이를 제대로 집행해야 할 책임이 행정당국에 있다. 피해보상으로 생산농가에 돈을 나누어주는 형태는 서로 망하는 길이다. 미래의 감귤산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머리를 맞대어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기반조성사업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감한 정책결정과 추진이 필요하다. 우선 전체 20개소 정도의 산지유통센터(APC)를 설립함으로써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선과장을 모두 폐쇄하여 유통의 효율화와 통제기능을 마련해야 한다.

노령화에 대비한 기계화 영농과 영농의 수월성을 위한 기반조성사업도 필요하다. 고품질 감귤생산을 위한 멀칭재배나 수분관리를 위한 과수원정비도 필요할 것이다. 온난화에 대비한 미래의 감귤산업을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도 필요하다.

돈은 쓸려면 한이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의 안정된 제주감귤산업을 위해 필요한 기반사업에 집중해야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과감한 정책수립과 실행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기대이다.

감귤원 폐원보조비나 주고, 간벌이나 열매솎기에 행정력을 동원하는 감귤정책으로는 10년이 지나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생산농가가 스스로 해야 할 일에 왜 행정력을 낭비해야 하는가. 이런 일에 공무원이 동원되고도 행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았다면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한다. 행정은 선거의 표심에 흔들리지 않고 정책결정에 따른 객관적인 집행이 우선이다.

한미 FTA로 제주감귤산업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겠지만, 미래에 더 큰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모든 제주도민이 협심해야 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단합된 마음밖에 없을지 모른다.<고정삼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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