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와 소가 슬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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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한적한 시골길뿐만 아니라 번잡한 도시에서도 은행나무는 가을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 은행나무는 노란 단풍잎으로 그 주위를 단장하고 무덤덤하게 즐긴다. 나목으로 변해가는 그 자태가 너무 멋있게 느껴진다.


은행나무는 동물처럼 암수가 구별되며, 열매를 맺는 것은 암나무의 몫이다. 자연의 조화를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이 나무의 열매에 대해 인간 세상에서 말들이 많다.


도심에서는 이 열매의 악취 때문에 일부 시민들이 불평을 한다. 인간들이 과연 이 열매가 풍기는 냄새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을까? 은행은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 탄수화물 등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혹자는 암나무가 수정을 할 수 없도록 꽃에 화학약품을 처리하는 방안을 생각한다.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고육지책도 내놓고 있다. 균형의 섭리를 모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은행나무는 슬퍼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 잎을 이용한 DNA 성감별법을 수 년 전에 개발했다. 1년 이하의 어린 은행나무도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아무튼 과학이 다양한 각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한 맛이 감돈다.


여성은 X염색체에 있는 수천개 유전자의 축복을 받고 있지만, X염색체에 비해 짧고 빈약한 Y염색체가 갖는 겨우 수십개의 유전자가 남성을 결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노화과정에서 Y염색체가 점차적으로 소실되면 수명이 짧아지고 암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염색체, 즉 남성의 수난이 시작되는 것 같다. 왠지 염색체의 불균형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인간과 자연계에서 균형과 대칭은 아름답다.


지구상에 필요 없는 물질은 없다. 모든 물질은 긍·부정적인 측면, 즉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이 무지하여 물질의 양면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모든 생물은 귀중하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부분에도 큰 화가 도래한다.


유럽의 어떤 나라는 농가에 방귀세(fart tax)를 매기거나 마련하고 있다. 이는 소가 방귀를 뀌고 트림을 할 때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덴마크 정부는 소 한 마리의 한 해 온실기체 배출량(4톤)이 승용차 한 대의 것(2.7톤)보다 더 많은 것으로 보도한 바가 있다.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들은 풀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풀의 셀룰로오스 성분을 미생물이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인간은 반추동물들의 트림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에선 방귀 중에 메탄이 거의 없는 캥거루의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이 동물 위의 특수 박테리아에 주목하고 있다. 여타 나라에서도 트림을 억제하고 소화가 잘 되게 하는 약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온실기체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쇠고기 생산량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쇠고기에 탐닉하는 인간인 셈이다. 그래서 소는 슬픔에 잠겨있다.


인간의 무자비한 수목 벌채, 무차별적 화석연료 이용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함께 자연생태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런 인간의 무모한 삶의 결과를 소한테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소는 방귀와 트림도 마음대로 토할 수 없고, 은행나무는 음양오행도 음미할 수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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