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논란 유감
협치 논란 유감
  • 강영진 기자
  • 승인 201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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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주요 정책수립과 집행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권은 선거를 통해 도민들로부터 그 권한을 위임받은 제주도지사의 몫이다.

 

그리고 제주도의회는 도민을 대신해 그 정책결정과 집행에 대해 감사를 하고, 정책에 따른 예산편성의 적정성을 따지는 심사권과 감사권을 갖고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이 배우는 지방자치의 기본이고 간접민주주의인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다.

사회가 점차 다변화됨에 따라 간접민주주의의 한계가 노출되고 의회내 정파간 대립,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간 대립으로 인한 소모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한적인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전 세계적으로 실험되고 있다.

 

우리나라인 경우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투표가 그 중 하나이고, 법률적으로 보장된 주민투표와 관습적으로 적용되는 마을총회가 그 예이며, 최근에는 주민들이 직접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토록 하는 협치-거버넌스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협치는 즉, 정책결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지사의 독재성, 일방성의 폐해를 방지하고 도민을 위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지사의 권한을 나누고자 하는 도지사의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협치를 통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인 도지사의 책임이 덜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협치는 도지사의 의지라는 필요조건에 더해서 도정에 참여하는 도민의 의지, 도민의 참여를 개방하려는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배려, 이를 제도화하는 의회의 협력과 지원이라는 충분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협치가 제주사회에서 의도적인 오해와 또 다른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제주도의회와 제주도사이의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협치에 대한 본질적인 개념의 혼란과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해서 우려스럽다.

 

예산을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사이의 협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산편성권과 심사권이 엄연히 분리되어 견제와 감시를 통해 균형 잡힌 자치를 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가 제주도에 의회와 먼저 협치를 하자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도지사에게 도의회와 정치적 거래와 흥정을 하자는 후안무치한 협잡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나가 집권여당이 소속당의 도지사에게 협치를 요구하는 것 또한 당내 문제를 협치의 대상으로 삼자는 것이어서 어불성설이다.

 

다시 말하지만 주권자인 주민이 자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도지사의 처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이 되어 책임성을 갖고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협치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 정책결정과정에서 민주성과 합리성을 구현하고 협치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그동안 제주도정 내의 각종 위원회가 도지사와 공무원 중심의 정책의사결정을 합리화해주는 들러리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 새롭게 출범할 제주도의 협치위원회는 어떻게 하면 제주의 미래발전과 제주도민을 위한 정책결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담아야 할 것이다.

 

제주도의회도 도민의 참여를 보장하려는 협치위원회 조례 심사를 보류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협치위원회 조례를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민주주의 제도는 없다. 현재의 대의민주주의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도지사나 도의원이라는 선출된 권력도 주권자가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민주주의자라면 주권자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제도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함을 말하고 싶다.

 

그 현실적 대안의 하나가 바로 협치다. 주권자인 주민의 삶이 더 이상 정당과 의회, 정부의 독단에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강영진 정치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