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제주시론] 신체가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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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의 부름을 받은 한 인간이 하소연을 했다. “대왕님, 저를 부르시려면 미리 싸인이라도 보내야지 이렇게 갑자기 데려와 버리면 어찌합니까?” 대왕님 왈, “난 계속 싸인을 보냈는데 그걸 몰랐단 말이냐?” “싸인을 보내셨다구요? 언제요? 어떻게요?” “혹시 흰 머리가 계속 늘어나지 않더냐? 그리고 눈이 자꾸 거슴츠레하지 않더냐? 또한 남들보다 걸음이 느려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느냐?” “그렇긴 하옵니다만......” “그 모든 것들이 네 몸을 통해 내가 보낸 힌트였느니라.”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찐득한 아픔을 느낀다. 우리 몸은 우리에게 계속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갈증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 몸에 수분이 부족함을 의미함이요, 허기지다는 것은 영양분 공급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하품이 나고 눈꺼풀이 자꾸 무거워짐은 수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슴 벅차오르고 얼굴이 상기됨은 기쁘다는 것이요,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파오는 것은 슬픔의 메시지요, 머리끝이 쭈뼛하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은 두렵다는 증거다. 음식이나 꽃가루 등에 의한 알레르기는 나의 몸이 그 물질과 맞지 않음을 의미하는 일종의 거부반응이다. 이처럼 생리적 욕구나 정서조차 신체의 반응으로 연결되어 메시지를 보낸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미소를 띠게 되고 행동조차 자연스럽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는 사람임을 나타내며,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땐 몸이 굳어져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는 불편한 관계임을 나타낸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오는 것은 나의 본성을 거부한 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선택하거나 결정하여 행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간관계나 업무에 대한 느낌조차 내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한다.

문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통증을 느끼는 것조차 축복이라고 한다. 이들은 몸에 상처가 나고 뼈나 살이 헐거워져도 통증이 없어 상처부위를 조심히 다루지 못하고, 심하게 사용했을 때 그 부위가 망가지게 되어 결국 생명의 위협마저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생명이 다 하는 사람에겐 통증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의 아픔에도 신경이 쓰여 성가셔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 상처를 치료하게 되어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암 판정을 받은 분이 계셨는데 몇 달 만에 보니 굉장히 편안하고 건강하게 보이셨다 한다. 이유를 물어본 즉, 암세포조차 자신의 신체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아픔조차 자신의 몫임을 수용하려 노력하다보니 어느 새 암세포가 점점 건강한 세포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성가신 통증조차 건강을 조심하고 치유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 신체가 보내는 메시지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일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명료하게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에 대한 민감성이 우선되어야 그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부분 우리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등한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귀 기울여 자극의 존재를 인식하며 요구사항을 추론하여 해결하기보다는 반응 자체를 무시하거나 짜증내기조차 한다. 이런 상황에선 메시지를 정확히 판단하거나 수용하지 못하게 되고 이게 지나치면 우리 몸과 마음은 더욱 깊은 상처를 받아 다시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 아무리 똑똑한 척 하더라도 신체가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민감하지 못하면 더욱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미묘한 자극이라도 관심을 갖고 수용하며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할 때 자신을 이해하게 됨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 세상의 미물인 한 개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에서조차 걸림돌을 만들어 낸다면 어찌 거대한 세상의 이치를 다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강대옥 제주산업정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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