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별육상> 장애물 경주 '넘어지고..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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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36회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

얼마 되지 않는 관중의 시선이 온통 물웅덩이 쪽으로 쏠렸다.

작년부터 시작된 여고부 3,000m 장애물 레이스.

높이 76.2㎝의 허들을 총 28번 넘어야 하고 수심 70㎝의 물웅덩이를 일곱 차례 통과해야 하는 종목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여자부도 정식종목이 되는 이 경기는 국내에선 선수층이 극도로 얇다.

이날 여고부 레이스에 나선 주자는 9명. 작년엔 고작 세 명 뿐이었는데 그나마 좀 늘었다.

몸을 풀 때부터 관중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한 선수가 장애물을 시험 삼아 한 번 넘어본다는 것이 그만 발을 헛디뎌 고꾸라진 것.

레이스가 시작돼 네 번째 장애물을 힘겹게 넘고 물웅덩이가 눈앞에 오자 한 선수는 지레 겁을 먹고 기권했다.

장내 마이크를 잡은 윤여춘 MBC 육상 해설위원은 "지금껏 장애물 경주 도중 물웅덩이에 빠져 익사했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여고생 주자들에게 '용기'를 줬다.

이세영(전남체고)은 너무 의욕이 앞선 탓인지 장애물을 발로 짚지 않고 허들처럼 그냥 뛰어 넘어가다 물웅덩이에 퐁당 빠지고 말았다. 머리까지 흠뻑 젖고 물에서 빠져 나오자 바로 앞에서 지켜보던 관중도 안쓰러운 듯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몰랐다.

11분24초67에 결승선을 끊어 여고부 1위로 골인한 김수진(부산체고)은 "난생 처음 해보는 경주라 너무 힘들었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물웅덩이를 넘을 때마다 빠지는 통에 전체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이세영은 "원래 5,000m가 주 종목인데 힘이 좋다고 해서 장애물 경주에 한 번 도전해봤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장애물을 넘어본 적이 없다. 연습 없이 바로 뛰었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김동주 경기위원장은 "이런 척박한 종목일수록 빨리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며 "여자 장애물 경주는 3년 간 한국기록을 인정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둔다. 뛸 때마다 신기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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