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제주시론]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강정은 생태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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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이 동북아의 보석이라면, 강정마을은 제주섬의 다이아몬드이다. 서귀포시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강정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봄이 오는 곳이다. 사시사철 용천수가 넘쳐흘러 마을 이름도 물 강(江) 물 정(汀)을 썼고,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가 이뤄졌기에 예로부터 ‘일강정’이라 하였다.

강정 큰내(江汀川)와 아끈내(嶽近川)는 언제나 맑고 깨끗해서 서귀포시민의 젖줄이자 최고의 피서지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하천은 제주도내 최고의 은어의 산란지이면서, 천연기념물인 원앙이들이 무리지어 살고, 멸종위기 식물인 솔잎란이 자생하며, 하구의 인근 연안에는 천연기념물 제44호인 연산호 군락지가 있다.

그리고 마을주민들은 일찍부터 고운환경감시단을 조직하여 육상과 해양에서 환경보호활동을 펼쳐왔다. 덕분에 지난해 5월에는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받았다.

한편 지난 3월에는 강정생태마을 홈페이지(www.ecogj.co.kr)를 개설하였고, 논자를 비롯한 몇몇 지역출신들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지혜와 역량을 모아 자연생태우수마을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되어 참으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마을총회를 열어 1시간 만에 해군기지를 유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총회는 취재진은 물론 공무원까지 모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고, 회의 과정과 내용도 함구령 속에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에 참석자 외에는 그 상황을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

한미 FTA 체결로 제주농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바다자원이 고갈되면서 절망감에 빠져 그런 막다른 선택을 했으리라는 추측을 해본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마을의 천만세(千萬世)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그렇게 성급하게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거운 선택을 할 때는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각기 다른 의견을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쪽의 일방적 정보만 가지고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훗날 주민들 간의 화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몇 해 전 가을에 아는 교수와 함께 제주를 들러본 적이 있다. 제주 바닷가의 늦여름과 1100고지의 초겨울을 하루에 경험한 그는 세계 곳곳을 꽤 많이 여행해봤지만 제주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고 감탄을 연발하였다.

그리고는 제주의 자연을 잘 보전하고 세계에 잘 홍보한다면, 제주는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조언을 하였다.

제주섬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자연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함께 옷깃을 여며야할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제주의 가장 큰 자산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제주섬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하였고,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언하였다. 그것은 제주 경제를 살리고, 국가 안보에 이바지하고, 동북아와 세계를 평화로 이끌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초발심이 군사기지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군사기지는 세계자연유산과 양립하기 힘들고, 세계평화의 섬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한다. 최선의 대안은 바로 천혜의 자연을 잘 보전하고, 제주섬을 동북아의 화해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의 섬과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으로 되어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야말로 제주섬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 그것도 가장 자연생태가 우수한 마을인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생각은 재고되어야 한다.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제주섬은 세계평화의 섬으로, 강정마을은 자연생태우수마을로 나아가야 한다.<윤용택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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