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제주시론] 제주 신교육 100주년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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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등학교가 금년 5월 19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이 고장에서 맨 처음 신교육이 싹튼 곳이니 북초등학교의 개교 일세기는 제주교육발전사의 한 획을 긋는 영예다.

한국의 초등교육은 1894년 갑오개혁과 더불어 서구식 제도교육을 도입하면서 비롯되었다. 이듬해 조정이 심상과(尋常科) 3년, 고등과 2년으로 편제된 소학교령을 공포함으로써 만 8세부터 15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신교육(新敎育)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의 정동소학교 등, 그 후 경향 각지에서 많은 공·사립의 근대적인 소학교들이 생겨났는데 오늘날 초등교육은 이들을 모태로 하여 발전해 왔다.

본도의 신교육은 당시 제주군수 윤원구(尹元求)에 의해 주도되었다. 신학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1907년(고종 44년) 5월 19일 객사(瀛洲館)에 북초등학교의 맹아(萌芽)인 관립의 제주보통학교를 세운데 이어 중등과정으로 귤림서원에 사립 의신학교(제주농고의 전신)를 설립하면서부터다. 그 후 정의보통학교, 대정보통학교 등, 마을 별로 속속 학교가 세워지며 신교육이 보편화되었다. 이들 초등학교는 일제하에서는 민족교육의 산실로, 해방 후에는 문해(文解)교육에 불을 지피며 60년대 초 완전 취학을 실현해 독립 국가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고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한 민주교육의 위업을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초등교육은 명실상부한 의무교육의 실현과 공교육으로 발전하기까지 숱한 좌절과 고난을 겪어야 했다. 향교/서당교육의 구각을 털고 개화기에 탄생한 소학교는 일제 강점기에는 보통학교(1910~1938)로, 다시 심상소학교(1938~1941)와 국민학교(1941~1945)로, 그리고 광복 이후에는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1966)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 명칭만큼이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교육체제 면에서도 많은 변모를 거듭하였다. 영미권에서는 초등학교를 프라이머리(primary) 또는 엘러멘터리 스쿨(elementary school)이라고 부르는데, 초등교육은 모든 교육의 첫 단계요, ‘초보적’이며 ‘기초적’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교명이 보편성을 지니는 것은 의무교육으로서의 초등교육은 ‘기초교육’ ‘보통교육’ ‘전인교육’의 성격을 지향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본도의 초등교육 100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그 동안 교육선각자들과 많은 선배 교육동지, 그리고 도민의 헌신과 희생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 광복과 건국, 4·3의 혼란, 6·25전쟁, 4·19혁명, 민주정부의 수립 등, 고난의 역사와 함께 우리 스승들은 열악한 학교 여건을 무릅쓰고 우리를 가르쳤으며 선대들은 학비도 제대로 못 내며 초등학교를 다녀야 했다.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산간의 학교들은 제대로 된 책걸상이 없어 학부모들이 ‘촐’을 베어 ‘돔배’ 책상을 마련하곤 했다. 그야말로 척박한 교육환경에서 초등교육의 씨앗을 가꾸어 온 것이다.

백년을 이어온 본도의 초등교육은 이제, 그 동안 주어진 바 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이를 새로이 점검하며 평생교육체제에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고도화되어 가는 독서산의 기능을 새로이 습득해야 함은 물론 필요한 인간관계의 학습과 시민적 책임감을 지닌 사회공동체의 생산적인 일원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등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다. 급변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그 적응을 위한 기초를 확고히 하되 ‘사람됨’의 학습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직도 우리 교육은 일제 식민교육의 유산과 군부 통치로 왜곡된 교육 관행을 다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설은 현대화되고 교육열은 세계에서 으뜸이나 창의력의 부족, 교실 붕괴, 청소년 문제, 사교육 등, 교육문제는 첩첩해 있다. 도교육청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 해 초등학교의 교과학습 부진학생은 1300여명으로, 그 가운데 특히 기초학습부진학생은 46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그, 인터넷 등에 함몰된 요즘 어린들의 언어는 알아듣기조차 쉽지 않다. 교실에서는 실종된 교사의 권위로 수업분위기를 유지하기조차 힘들다 하니 아이들은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기초를 다지는 초등교육의 사명을 새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우선, 서당에서처럼 개인지도로 스승과의 인간적 접촉이 밀접했던 우리네 전통교육이 지닌 인성교육의 유산을 되살려야 한다. 최소한 읽고, 쓰고, 셈하기만은 제대로 익혀 더 이상 기초학습 부진 학생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학, 출세, 지위만을 지향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우선 기초 기능을 확고히 하고 고른 지력과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간을 길러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도록 초등교육은 또 한 세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이순형 제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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