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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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꺼요! 언제부터 나한테 그렇게 신경 썼는데요?”

 

아침 식탁에서 편식이 심한 중학교 2학년 딸이 자신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 아버지를 향해 쏘아붙이는 상황이다. 이럴 때, 부모인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빠가 한마디 하는데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언제 신경 안 썼다고 그래?” 혹은 “뭐라고? 신경 끄라고?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라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면 평화로운 아침 식사는 엉망이 되고 아빠도 자녀도 아침 식사를 포기하고 학교로 직장으로 가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갈등은 저녁에도 그 다음날도 마무리되지 않은 채 어색한 시간으로 채워지고 그러다보면 대화할 기회도 점점 멀어지며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 그렇지…’라거나 ‘사춘기 아이들은 무섭다던데, 역시 내 아이도 그런 거겠지’ 하고 애써 위로하고 만다.

 

한편 중 2 자녀는 ‘그러면 그렇지! 내가 잘못하기만 기다렸다가 만날 잔소리만 하려고 들고, 언제 나한테 진심으로 관심 가져준 적 있어?’라고 이의를 제기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성찰할 기회도 없이 아빠가 벌컥 화를 내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만 귀에 들어온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그런 아빠에 대해 불만만 가진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울컥하는 마음을 꾹 참고 한 마디만 더 시도해 보자. 가능하면 다정한 목소리로.

 

“아빠는 네가 골고루 먹었으면 해서 말했는데 신경 끄라니 당황스럽네. 요즘 우리 00가 많이 힘든가 보구나.” 아이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아이는 예민하게 대답한 것에 대해 면구스러워하며 우물쭈물 대답할 것이다.

 

“죄송해요. 제가 요즘 좀 그래요.” 이렇게 대답해주는 아이는 굉장히 훌륭한 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 그럴 거다. 아빠도 예전에 그랬거든. 고민이 많을 때란다. 고민한다는 건, 네가 잘 성장하는 것이니 이번엔 아빠가 이해하마. 하지만 다음부터는 그렇게 쏘아붙이듯 대답하는 모습은 사절이다.” 아침식탁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정겨워질 것이다. 물론 등교하는 아이의 어깨는 든든해질 테고.

 

그런데 아이가 이런 대답을 안 해준다면 어떨까? 그래도 아이 마음속에서는 이런 대답을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래서 한 번만 더 참고 아버지의 한 마디를 기대해보자. “우리 00가 대답 안 해도 아빠는 네가 죄송해하고 있다는 거 다 안다. 네 만할 때는 그럴 때란다. 그렇지만 우리 00는 남들이 다 그럴 때도 그렇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내일은 그래줄 거지?” 이 한 마디로 아이는 마음이 훈훈해질 것이다.

 

추운 아침, 등교하는 딸아이는 아버지의 다정한 한마디로 비싼 패딩잠바를 입은 친구들보다 훨씬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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