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버려서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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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서 온 동네 사람들이 불을 끄려고 법석인데 한 스님이 눈을 감은 듯 가만히 앉아만 계시니, 불을 끄고 나서, 한 동네사람이 스님을 비난하며 말하기를, “남들은 온통 불을 끄느라고 야단법석인데 스님께서는 한가히 앉아 무엇 하십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조용히 하시오, 난 지금 매우 바쁩니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이야기인 즉은, 불을 끄려고 몸이 바쁜 것도 바쁜 것이지만, 진리를 찾고자 마음이 바쁜 것도 바쁘기는 매 한가지라는 말이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이겠지만, 옛날에는 스님들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공부한다’고 하면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하였더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공부인 것을 알 것 같다.

얻는 방법은 채워서 얻는 것과 버려서 얻는 것 등 두 가지가 있다. 채워서 얻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거나 감지할 수 있는 물건이나 지식 등을 얻을 때의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오히려 버려서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으니 그것은 마음의 평온과 같은 것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나는 간혹 학생들에게 “학문은 채워서 얻지만, 진리나 마음의 평온은 버려서 얻는다.”라고 가르친다. 한창 나이에 인생을 투쟁적으로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할 학생들에게, 공부나 열심히 가르칠 일이지, 한다는 소리가 “때로는 버려야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고, 나아가서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사실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온 정신을 그 곳에 쏟아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단지 목표를 세울 뿐 세워진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단순하게 열심히만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악착같이 돈을 모아 호의호식하면서 살고자한다면, 돈에 집착하는 추한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 사람들은 그를 시기하고 방해하지만, 그저 목구멍에 풀칠할 수 있을 만큼만 벌되, 단지 그 일이 좋아서 하다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너무나 평온하여 사람들은 그에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방치한다.

내 앞에 놓인 인생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여 살되, 계획하는 바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다 보면 덤으로 주어지는 것이 있다. 그렇게 얻을 수 있을 때만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받을 수 있다. 아직 미천할 때는 뭇사람에게 고개 숙이며 살다가, 어쩌다 지위를 얻게 되면 ‘천하에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주위의 뭇사람들을 무시하고 건방을 떨다보면, 모난 돌이 되어 주위의 정을 맞는다. 한 번 정을 맞게 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회복되지 않는다. 그 한 가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놓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채우겠다는 욕심이 한이 없으면 그렇게 원하던 것도 한 순간에 놓치게 되고 다시는 얻을 수 없게 되지만, 얻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저 열심히 살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씩 하나씩 쌓여 어느덧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욕심의 끝을 모르고 까불어대다가, 그 끝에 이르러서야 후회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고, 다시는 주어지지 않는 옛 추억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버렸기에 바보라는 이름으로 당선되었고,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어 탄핵의 긴 터널을 뚫고 나온 나라님께서, 지위에 앉아서는 뜻대로 하려고 집착하는 것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을 보고 있다.

올해 말이면 대선이 있다고 한다. 모두들 악착같이 권력을 잡겠다고 꾸며진 아름다운 말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으나, 살고자 집착하는 자는 반드시 죽을 것이며, 죽을지라도 진실을 이야기하며 평온하게 대처하는 사람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안재철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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