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 道-의회 '진흙탕 싸움'
새해 예산안 처리 道-의회 '진흙탕 싸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지난 16일 자정을 기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새해 예산안을 처리를 놓고 아직도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 제주도와 도의회는 도민들은 안중에 없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면서 새해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하게 됐다.

이번 예산안 싸움은 원희룡 지사의 지난 19일 중앙언론사와의 인터뷰가 불씨가 됐다.

원 지사는 이날 예산안 부결 사태를 설명하면서 ‘의원당 20억원 예산 요구’를 언급했고, 이에 도의원들은 ‘20억원 요구설’의 실체를 밝히라고 강력 반발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원 지사가 “표현이 지나친 면이 있어 적절한 시기에 유감을 표명하겠다”고 사과 의사를 밝히며 봉합될 뻔 했던 제주도와 도의회의 갈등은 23일 박정하 정무부지사의 발언으로 폭발했다.

박 부지사는 이날 제325회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제2회 추경예산안 심사에 출석해 “20억원을 요구한 의원을 밝히라”는 도의원들의 질문에 “지난 9월 중순 구성지 의장이 요구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구성지 의장은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의원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공약한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약사업비 10억원을 제주도에 요구했다”며 “이후 지역 민원들을 해결하기 위한 의원사업비로 10억원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몇 차례 절충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 의장은 “결국 관행적으로 배정해주고 있는 의원사업비(재량사업비) 3억3000만원을 8억원으로 상향하고, 공약사업비를 7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제주도가 거부해 최종적으로 절충이 결렬됐다”며 “각각의 사업이 다른데 제주도가 각 사업비를 포함해 2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힌데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들의 공약에 대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업들은 수용하겠다는 것이었지, 10억원을 일률적으로 배정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도의회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도의회 의 예산 배정액을 협의했지만 재량사업비 상향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제주도와 도의회 양측 모두 도민의 혈세로 이뤄진 예산을 놓고 앞에서는 예산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막후에서 흥정을 벌였다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이 과정에 서로를 존중하는 배려도 없이 무차별 폭로전으로 일관하며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여 도민사회로부터의 신뢰 추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흙탕 싸움의 불씨를 제공한 원 지사, 싸움을 확대시킨 박 부지사,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예산 협치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구 의장 모두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로 일관해 도민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봉철 기자 hbc@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